320년 세계 최장수 오스트리아 일간지, 지면 발행 중단한다

'관보 게재' 폐지로 수익 감소…온라인판만 만들기로

"언론 생명 끊는 조치" vs "디지털화로 독자 늘 것"


320년을 버틴 세계 최장수 오스트리아 일간지가 지면 발행을 중단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지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결정이다.  

AFP 통신과 ORF 방송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국영 일간지 '비너차이퉁'의 지면 발행을 중단하는 법안을 재석의원 162명 중 찬성 88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비너차이퉁은 오는 7월1일부터 모든 기사를 온라인으로만 송고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비너차이퉁의 온라인 사업 안착과 언론인 재교육 등을 위해 보조금으로 1650만유로(약 240억원)를 지급할 계획이다.

1703년 창간된 비너차이퉁은 1857년 오스트리아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에 의해 국유화돼 오스트리아의 공식 관보로 지정됐다. 2004년에는 세계신문협회에 의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날 의회가 비너차이퉁을 온라인판만 발행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정부의 관보 게재 의무가 폐지돼 신문사 수익 감소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비너차이퉁은 현재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관보에 의존하고 있는데 오스트리아는 현재 관보를 대신할 전자 공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관보 게재 중단 조치가 정보 흐름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시대적 흐름과 유럽연합(EU)의 권고 규정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인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파멜라 렌디바그너 사민당 대표는 "(여당인) 녹색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일간지의 무덤을 만든 자로 역사책에 기록되기를 원하느냐"며 "수치스러운 일을 자행했다"고 직격했다.

크리스티안 하페네커 자유당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을 이런 식으로 망칠 이유가 없다"며 "새로 제정된 법은 (비너차이퉁의) 두 발을 절단해 놓고는 심장 박동기를 연결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수잔 라브 미디어부 장관은 비너차이퉁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존속하며 디지털화를 통해 더 많은 독자층이 접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비너차이퉁 노조는 지면 발행 중단 조치로 인해 회사가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는 최악의 경우 200여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해고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25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선 수백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 정책을 규탄했다.

3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국영 일간지 '비너차이퉁'이 1780년 1월1일에 발행한 1면 기사가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에 보관된 모습이다. 2023.04.27.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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