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리 지르든 말든 성폭행 계속"…진 캐럴, 법정서 피해 증언

캐럴 "보복 두려워 30년 참았지만 미투 운동에 용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여년 전 자신을 성폭했다며 고소한 작가 E. 진 캐럴(79)이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리를 지르든 말든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3차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조세프 타코피나는 캐럴 신문 과정에서 그의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건 당시 왜 비명을 지르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이에 캐럴은 "사람들은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항상 '왜 그때 비명을 지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며 "그런 질문은 이들을 항상 침묵하게 만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당시에 너무 당황해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며 자신은 원래 "비명을 잘 지르지 않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후 타코피나가 집요하게 질의를 이어가자 캐럴은 "그는(트럼프 전 대통령) 내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성폭행했다"고 답했다.

 

또 이날 타코피나는 캐럴에게 "비망록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이제서야 나온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며 소송을 제기한 다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캐럴은 이에 지난 2017년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의 옛 거물급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성폭행 혐의가 드러나면서 나설 용기와 의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캐럴은 배심원단에 "침묵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당시 여성들이 줄줄이 일어섰고 바로 이런 것이 만연한 성폭력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캐럴은 지난 2019년에 낸 비망록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캐럴은 1990년대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의실에서 자신을 성폭력했다고 밝혔다.

이후 타코파니는 캐럴에게 "왜 사건 직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에 캐럴은 "수치심을 느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복할까봐 두려웠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을 가리키며 "바로 오늘 그게 실현됐다"고 답했다.

다음 기일은 내달 1일로 잡혔다.

 

한편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이 아닌 민사재판이다.

강간 혐의의 공소시효는 25년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이미 만료됐지만 캐럴은 한시적 특별법인 '성인생존자 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과의 소송 외에도 여러 사건과 관련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그는 앞서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회계 문서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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