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재완] 공작 선인장

김재완(시인/화가)

 

공작 선인장


방의 구석에

아무렇게나 쳐박아 놓은 것은 아니다

네 산발한 가시풀을

햇볕 드는 곳에 두는 것은

네 한을 달래기 위함이다


한(恨)의 한(韓)민족

이리저리 꺾이고

휘어져 달아나

억척스레 부지한 

수욕(羞辱)의 역사였으니

가시라도 내어야

지켜온 질긴 목숨 아니었더냐


빛이 비췸으로

울면서 피어난 

작은 꽃망울들아!


화산이 튀느냐?

붉은 한숨이 뿜느냐? 

네 혼이 깨느냐? 


짧은 봄날

신음하는 산고(産苦)여!

네 천한 것에

네 귀한 것이 저리 

묻혀있음에 대하여! 


그대,

붉은 함성소리 듣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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