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유명 가수 가짜 신곡 만들어…세계적 사진전에선 1위도

드레이크-위켄드 컬래버곡, AI가 만든 가짜로 판명…불붙은 '지식재산권'

'하트 온 마이 슬리브' 나흘간 스포티파이서 60만 조회수 기록


캐나다의 유명 래퍼 드레이크와 싱어송라이터 위켄드의 컬래버곡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합성한 가짜로 판명되면서 플랫폼에서 삭제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생성형 AI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지만 AI 학습에 예술가의 지식재산권이 무단으로 사용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AFP 통신·B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지난 14일 '하트 온 마이 슬리브'란 곡이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등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서 발매됐다가 AI가 만들었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흘 만에 삭제됐다.

이 곡은 원래 '고스트라이터'란 아이디를 쓰는 사용자가 틱톡에 처음 게시했는데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음원 플랫폼에도 같은 이름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위켄드가 자신이 한때 사귀었던 미국 여배우 셀레나 고메즈에 관한 가사를 드레이크와 나눠 부르는 것처럼 진행된다.  

고스트라이터는 두 가수의 목소리를 기계 학습한 AI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언급했지만 정확히 무엇을 사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틱톡에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하트 온 마이 슬리브는 17일 오후 삭제되기 직전까지 틱톡에서는 1500만, 스포티파이에서는 6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에 두 가수의 소속사인 유니버설뮤직 그룹은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등 음원 플랫폼에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삭제를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이메일에는 유니버설뮤직이 음원 플랫폼을 상대로 생성형 AI가 저작권 있는 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무단 추출하는 행위를 기술적으로 막아달라고 항의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유니버설 뮤직은 이날 AFP에 "아티스트의 허락 없이 AI 소프트웨어를 교육하는 것은 음악 생태계의 이해당사자들이 인간의 창조적 표현의 편에 서길 원하는지 아니면 딥페이크의 편에 서길 원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례들은 왜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티스트에게 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근본적인 법적, 윤리적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목소리·그림체까지 그대로 흉내 내는 AI…예술계 "퍼블리시티권 침해해선 안돼"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AI 학습에 저작권, 퍼블리시티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이 과연 얼마나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퍼블리시티권은 AI 발달과 함께 최근 부상한 개념으로 초상, 성명, 음성과 같이 개개인을 특징짓는 요소를 상업적으로 쓸 수 있는 '인격표지영리권'을 말한다. 

세계적인 전자음악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게타는 지난 2월 AI를 사용해 래퍼 에미넴의 목소리로 만든 노래를 자신의 라이브쇼에서 선보였다. 게타는 법적 문제를 의식한 듯 이를 상업적으로 출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게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AI는 전자 기타나 신시사이저와 같은 악기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반면 독일 사진작가인 보리스 엘닥센은 예술에서의 AI 사용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엘닥센은 국제 사진 대회에 AI로 만든 작품을 제출해 상을 받게 되자, 작품이 AI 합성물에 불과하단 사실을 공개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엘닥센은 지난 14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AI 남용에 경종을 울리려는 목적으로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 밝힌 뒤 "AI 이미지와 인간이 찍은 사진은 서로 다른 실체"라며 "같은 선상에서 경쟁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그는 AI의 기계학습으로 인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 예술가들을 중심으론 생성형 AI로부터 지식재산권을 지켜내기 위한 법적 투쟁도 본격화됐다. 지난 1월 만화가 사라 앤더슨과 일러스트레이터 칼라 오르티스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AI 기업인 드림업·미드저니·스테이블 디퓨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AI 기업들이 원작자 동의 없이 웹에 있는 작품을 동원해 AI 소프트웨어를 훈련시켰다"며 "이는 예술가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앤더슨은 특히 자신의 만화책 '팡스'의 스타일을 모방한 AI 그림을 보고 "마치 폭행당한 것 같았다"며 분개했다.

AI가 작가 고유의 그림체까지 그대로 베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오르티스는 AI 학습에 작품을 사용하려면 원작자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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