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전기차 보조금 한푼도 못받아…외국車 전멸시킨 '40-50' 규정

 

배터리 북미서 생산하고 핵심광물도 美 또는 FTA 체결국서 조달 요구…"미국차만 수혜"
기대 모은 美생산 GV70도 제외…현대차그룹, 현지 생산 앞당기고 리스 판매 ↑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 대상을 발표했다. 한국의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폭스바겐과 닛산 등 독일과 일본 브랜드 역시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완성차 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 시기를 더 앞당기고, 배터리 업계는 핵심광물 조달국을 중국 외 다양한 국가로 서둘러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美, IRA 보조금 지급 대상 확정…GM·포드·테슬라 등 모두 '미국차'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와 국세청(IRS) 등은 17일(현지시간) IRA 세부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차종 대상(PHEV 포함)을 발표했다.  

IRS에 따르면 캐딜락, 쉐보레, 포드, 테슬라, 크라이슬러, 지프, 링컨 등 7개 브랜드 22개 차종이 보조금을 받는다. 완성차 회사 기준으로는 GM(캐딜락·쉐보레), 포드(포드·링컨),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 테슬라 등이다. 모두 미국 브랜드다.

지난해까지 보조금을 받았던 한국(제네시스)이나 독일(BMW·폭스바겐·아우디) 등 유럽과 일본(닛산) 등 7개 브랜드는 제외됐다. 이번 보조금 세부지침이 외국 완성차업계로서는 상당히 까다롭게 마련된 탓이다.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북미에서 생산해야 하는 조건만 만족해선 안된다.

여기에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2029년까지 100%로 확대) 사용하면 375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 또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 40% 이상(2027년까지 80%로 확대) 사용하면 나머지 3750달러를 받아 총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아이오닉5, EV6 등 주요 전기차 모델 가운데 GV70 전동화 모델만 미국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GV70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원인은 배터리다. GV70 전기차에는 SK온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이 배터리는 중국에서 배터리 셀을 만들고, 울산공장에서 완성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보낸다. GV70 전기차가 미국 생산 요건은 갖췄지만, 배터리 관련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보조금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국내 배터리 3사와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니켈, 코발트, 리튬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상당량을 중국에 의존해 왔다. 중국은 대규모 제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은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의존도가 90%에 달했다. 

이 상태로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북미 공장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현대차·기아에 공급하더라도 핵심광물 40%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는 그동안 핵심광물 수급처 다변화에 나서 미국과 FTA 체결국 또는 IRA 세부지침에서 인정하는 일부 광물조달국에서 핵심광물을 조달하는 공급망을 구축해 왔다. 

이런 노력과 함께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북미 생산 공장 확보를 서둘러 이번 세부지침에 부합하는 배터리와 전기차를 생산하는 시기를 앞당긴다는 게 업계의 IRA 대응 전략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모습. 2023.3.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GV70 전동화' 제외 현대차그룹, 영업환경 악화…현지 생산 앞당기고 리스 비중 ↑

완성차업계는 IRA 보조금 지급 대상이 확정된 만큼 전기차 판매량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봤다.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확정된 테슬라 등 미국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가 더 늘고 한국 등 외국계 브랜드의 영업 환경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시기를 가능한 앞당기고 그전까지는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와 고소득층 고객 공략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의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은 28%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전용 조지아 신공장(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 기한을 최대한 단축해 현지 생산력을 강화한다. 당초 2025년 상반기부터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조지아 신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양산 시점을 2024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생산 기지 등과 관계없이 보조금 지급 대상인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은 30% 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세액공제 대상이 아닌 고소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은 모두 미국 브랜드"라며 "결국 미국 정부의 자국 브랜드 밀어주기에 현대차그룹 등 외국계 브랜드의 영업 환경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오닉5와 EV6 등 주요 모델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인센티브 등 수익성이 다소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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