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인간차별 그만
- 23-02-26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인간차별 그만
평등사상을 일상 생활에서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분들 중 한 분이 K목사입니다. 그가 모 신학교 학장직을 맡고 있을 때 그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언제나 손님들을 인근에 있는 중국식당으로 안내하고는 으례, “자장면 드시겠습니까? 우동 드시겠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 2가지 중 하나를 택할 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문교부에서 교관이 올 때에도, 다른 신학교 학장이나 교수들이 방문 올 때에도, 고학하는 제자들이 찾아올 때에도 대접하는 음식에 전혀 차등을 두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검소하게 살면서도 정작 돈을 귀하게 써야 할 곳에는 아낌없이 썼습니다. 그의 사모님은늘 건강이 좋지 않으셨는데, 집안에 손님들은 자주 드나들고 할일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가정부를 두게 되었는데, 중학교도 다니지 못한 그 가정부를 야간학교에 보내어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까지 졸업시켰습니다. 그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다 어떠한 여건에서도 인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의 균등과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그의 인간평등사상의 발로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 미국 감리교계의 유명한 앨런 목사가 어느 해 조지아주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 며칠 간 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교회 맞은 편에는 자그마한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저녁 그는 설교 전에 그 공원에 앉아서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설교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흑인 여자 한사람이 5살 쯤 되어 보이는 아들의 손을 잡고 인도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들이 공원에 들어서자 마자 그 소년은 놀이터로 달려가더니 그네를 붙잡고 신이 나게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로 다가가서 그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습니다. “너는 이 그네를 타면 안돼!”라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소년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이, “왜 타면 안돼요?”하고 물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허리를 굽혀 아들의 얼굴 가까이 대고 나직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그네는 백인 아이들만 타는 거야.”
앨런 목사는 그 다음 이야기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들이 공원 밖으로 걸어가면서 소년이 엄마에게 말하는 소리가 나에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소년이 그때 한 그 말은 그때부터 계속 내 귓가에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자기 엄마를 쳐다보면서 아주 애처로운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나 백인아이 되고파!…”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앉아 있던 벤치 옆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오, 하나님, 나의 남은 생애는 저 어린 흑인 소년이 저 그네를 마음껏 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라고.
한가지 더 추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 동부에 있는 어느 병원에서 어떤 수련의가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유명한 미식축구선수 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왔습니다. 상처가 너무 심하여 소생할 가망이 없어서 그의 장기를 순서에 따라 다음 번 대기 환자에게 이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기를 이식받을 차례가 된 사람은 심한 알코올 중독자인 늙은 흑인이었습니다. 그 수련의는 실망스러운 빛을 드러내면서 지도 교수에게 그토록 건강한 미남청년의 소중한 장기가 저런 알코올 중독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너무나 아깝고 또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며 불만스러워했습니다.
그러자 지도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간섭할 권리가 없소. 이 흑인 또한 하나님의 아들이오. 그의 남은 생을 하나님이 어떻게 사용하실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오직 우리에게 맡겨진 의무만을 최선을 다해 행할 뿐이오.”
하나님 앞에서 우리 모든 인간은 다 평등한 형제요 자매입니다. 이 인간의 평등성에 위배되는 모든 요인을 제거하며 살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또 하나의 사명이요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 평등의식은 곧 사랑의 발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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