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철창생활 20년
- 23-01-16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철창생활 20년
퍽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라 저자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다만 30대의 일본 젊은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동경에 살던 30대의 한 젊은이가 어떤 계기에 살인죄를 저지르고 이어서 살인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방화죄까지 범하였습니다.
그러나 증거가 불충분하여 석방된 것을, 희생 당한 외교관의 부인이 끝까지 추적하며 젊은이를 끝내 법정에 세워 그는 종신 징역 선고를 받고 북해도 탄광지대에서 복역하게 되었습니다.
70이 넘은 그의 어머니는 해마다 2번씩 아들을 면화하기 위하여 동경에서 저 북쪽 북해도까지 2,000리 길을 면화하러 다녔습니다. 버스에서 기차로, 기차에서 또 버스로 갈아타면서 천신만고 찾아오는 어머니를 뵐때마다 젊은이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어머니의 기력이 점점 쇠약해지자 1년에 2번 오던 면회를 1번 밖에 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젊은이가 면회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어머니에게 간곡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어머니, 이제 저를 보러 오시지 마세요. 그리고 저를 자식이라 생각지 마시고 저를 잊어주세요. 어머니가 다녀가실 때마다 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픕니다.”
어머니의 대답입니다. “내가 너를 위해 밤낮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하나님의 뜻이 어떻게 응답으로 나타나는지 인내하며 기대하기 바란다.” 그러자 젊은이는 “어머니, 기도도 하지 마세요. 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인걸요.”
지은 죄과 때문에 염치가 없어 어머니의 기도마저 거부하는 아들을 더이상 면회할 수 없는 어머니가 그 다음해에는 정말 마지막으로 면회를 가서 여러가지 음식과 함께 성경을 또 한 권 아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벌써 3번이나 준 성경이 없어진 것을 알고 주는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그 성경이 죄수들 사이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죄수들마다 오고가면서 뜯어 코도 풀고, 화장지로 이용하다보니 성경 양쪽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갔고 가운데 부분만 조금 남은 것을 보는 순간 젊은이는 몸서리를 칠 정도로 깊은 가책을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인데…”
그는 그 성경의 남은 부분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어머니의 손 대신 성경을 만지며 가끔 그 성경을 읽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그는 갱도 안에서 일을 하다가 휴식시간이 되자 왠지 품에 넣어둔 성경이 읽고 싶어서 갱도 밖에 밝은 곳으로 나와 읽고 있는데 별안간 큰 굉음과 함께 갱도가 무너져 그 안에 있던 수십명이 희생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였습니다.
이 어이없는 사고를 계기로 젊은이는 자신을 죽음에서 구해주신 하나님, 그 성경을 읽게 하신 어머님의 사랑이 너무나 고맙고 감격스러워 속죄하는 마음으로 계속 성격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다보니 하나님을 향한 믿음도 날로 두터워져 예수님을 대신하여 그곳에서 어려운 죄수들을 돕는 일이나마 생명 구원에 대한 보은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같은 죄수들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사랑으로 돌보았던지 죄수들이 간수의 말은 안들어도 젊은이의 말은 잘 순종할 정도였습니다. 그의 품행이 하도 가상하여 모범수로 감형을 받고 또 받아 3번이나 석방 허락이 주어졌지만 그는 “죄인인 내가 밖에 나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곳에서 계속 예수님의 뜻을 받들어 봉사생활로 속죄하면서 여생을 마치겠다”라고 그의 결심을 굳혔습니다.
바로 그 즈음에 동경에서 목회를 하던 어느 목사가 그 젊은이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런 고난의 역정을 겪어온 산증인이 꼭 필요하다면서 그 젊은이를 만나 함께 일하자고 간곡히 설득하여 출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출옥한 뒤 맨 먼저 계획한 것이 바로 그의 옥중수기 ‘철창생활 20년’이었습니다. 성경은 우리가 읽고 깨닫고 감동하는 것 이상의 어떤 불가사의한 능력을 발휘하는 신비로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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