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기봉] 새 보금자리
- 23-01-16
이기봉(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새 보금자리
새로 지어 옮긴
우리 가족 보금자리
인적 드문 외딴 섬에 있는 것 같다.
파도와 뱃고동 소리가 옆에 살고
늙은 자작나무들은 여유롭게
가지에 걸터앉은 구름의 무게를 견딘다.
하늘은 안개 섞인 눈물을 흘리고
소금기 품은 바닷바람이 창을 두드린다.
딱따구리의 망치질은
집 짓는 목수보다도 규칙적이다.
밤 낚시꾼들이 바다 교각에 기대어
검은 바람 맞으며 불빛으로 한치를 유혹한다
남들은 양동이 가득 한치를 채웠는데
나는 찬 바람만 가득 담았다.
아침 햇살 반짝이는 바다 위를
물새가 무리 지어
빠르게 날아간다
새 보금자리에서
나의 시간들도
빠르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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