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시-이매자] 계수나무 밑에서 방아 찧는 토끼와 코스모스밭

이매자(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계수나무 밑에서 방아 찧는 토끼와 코스모스밭

-2023년 토끼띠가 될 여자 태아에게 부치는 글


오천여년 전부터

띠의 의미 고정되어왔다.

2023년은 토끼, 머리가 번쩍이고.

능력 동서남북, 적응 살살. 친절, 예의 곰실곰실

누가 그런 딸, 며느리 마다하랴


돌아오는 해가 말띠였다면, 남아선호사상 기승부리던

시대에 긁어 내쳐진 여자 태아들 일 년 30,000명* 이젠

전통을 때려 부순 젊은 세대의 낙태 수 무시할 정도

그래도 1퍼센트라도 남아 있으면

매년 300명 긁어낸 가슴에 안은 여자 태아들


달에 선 계수나무 밑에서 방아 찧는 토끼야

남아선호사상을 콩콩콩 가루로 빻아 가을바람에 태워 보내라

그 바람 한강 산책길에 목이 부러질 듯 가늘어 슬픈 코스모스밭 속으로 솔솔 불다가

토끼띠 여자 아가의 첫 울음소리들이 강산을 흔들 때

나의 쌍둥이 오빠는 기르고 나를 버린 생모에게

에밀레, 에밀레 외침을 그치고 계수나무로 날리라


여자 태아들을 잡아먹던 호랑이해, 지나가는 이 해에 아직도 조금 그랬을 2022

그보다 더 많이 처리해 버리던 말띠 해, 2026년 다가온다

그사이에 낀 사 년 동안, 아가들아, 무사히 태어나거라

시원한 숨을 달에 서서 후후 내쉬자꾸나 


*Korean National Statistical Office: 1991년(말띠 해)여아 100: 남아 116.8

(30,000명 여자 태아 낙태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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