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토 직접 위협' 북한 ICBM … 바이든, 중국에 대한 기대 접나
- 22-11-19
미중정상회담 나흘 만에 고강도 도발… "對중국 압박 커질 수도"
북한이 18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및 핵실험을 저지할 의무가 있다"고 얘기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 위협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의 협조를 구하겠다'던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 전략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압박'도 한층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1000㎞, 정점고도는 약 6100㎞, 최고속도는 마하22(초속 7.48㎞) 수준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이날 쏜 ICBM은 그 크기 때문에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엔 이 미사일을 고각(高角) 발사 방식(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일부러 높이는 것)으로 쐈지만, 정상 각도(30~45도)로 쐈을 땐 "미 전역을 타격하고도 남는 1만5000㎞ 이상을 날아갈 수 있을 것"이란 게 관계당국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즉,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은 이날 ICBM 발사에 앞서 전날 최선희 외무상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할수록,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년 간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해왔지만, 북한은 '대북 적대정책과 2중 기준 철회', 즉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대북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한 채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일삼아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위반이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북한은 ICBM 시험발사마저 5년 만에 재개했고, 이에 미국 등은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북한의 주요 우방국인 중·러 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참석을 계기로 이달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중국 시 주석과의 첫 대면회담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북한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는 데 힘을 보태 달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시 주석은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풀어가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시 주석의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대응 수단으로서 핵·미사일을 개발해왔다'는 북한 측 주장을 사실상 대변해준 셈이다.
이 때문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 뒤 기자들에게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후 윤석열 대통령(1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17일)와의 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 등과 관련해 '중국은 계속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중 간 패권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대미(對美) 견제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등의 제시되고 있다. 일부에선 "중국도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간섭을 피하려 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간에 미국으로선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압력'을 키울 명분이 될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언하기 어렵다'는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결국 중국이 북한을 억제하는 데 동참할 생각이 없음을 확인했단 뜻"이라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은 건 이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미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 제재)을 발동할 가능성에 대해선 "미중 간 경제관계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려 했다면 지난 3월 북한이 ICBM '화성-15형'을 쐈을 때 이미 했을 것"이란 견해를 제시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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