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폴란드 미사일 대응 잘했다"…러 마저도 칭찬일색
- 22-11-18
결과 나올 때까지 긴장 고조 유도 발언 삼가…조사 직후 '우크라 요격미사일 가능성' 신속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 미사일 사태를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크렘린궁마저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이 옳았다고 공개 발언해 눈길을 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잠정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이제 진위보다는 '확전 위기 진화' 여부가 더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폭발 11시간여 만에 나온 브리핑…"러發 아닌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 측 우크라이나 접경 마을에 미사일이 떨어져 폭발 사고가 발생한 시각(폴란드 현지 15일 오후 3시 40분)으로부터 11시간여 만(폴란드 기준 16일 새벽 2시 40분)에 나토의 미사일 궤적 조사 예비 결과를 브리핑했다.
공식 조사 발표는 아니지만 기자들을 모아놓고 "미사일 궤적을 보면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발사된 게 아닐 수 있는 예비 정보가 있다"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분명한 언어로 설명했다.
폴란드에 미사일이 떨어진 시점은 마침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막한 직후라, 주요국 정상들과 유럽연합(EU) 수뇌부,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 등이 신속하게 모여 대처방안을 논의할 수 있던 사정도 있다.
뒤이어 스톨텐베르크 총장도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견해를 밝혀 서방의 잠정 결론을 재확인한 뒤, "의도적 공격 혹은 러시아가 나토를 상대로 군사 행동을 준비한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해 확전 위기 차단에 쐐기를 박았다.
이때부터 각국 언론에서 나오던 '나토 헌장 5조' 발동 가능성 등의 일촉즉발 위기감은 빠르게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한 국가에 대한 군사 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즉각 개별 회원국 또는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헌장 5조의 발동은 곧, 전 세계가 우려해온 '3차 대전'을 의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크렘린궁마저 "바이든, 절제된 대응" 호평
이날 전문가들은 폴란드와 바이든 대통령의 침착한 대응을 한목소리로 호평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주 폴란드 대사를 지낸 대니얼 프리드 애틀랜틱카운슬 펠로우는 "폴란드인들이 이 문제를 잘 처리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며 "미국이 폴란드에 손을 내밀어 첫 번째로 보인 의사 표시는 '동맹과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 연대가 있었기에 바이든도 '사실관계를 일단 파악하자'고 말할 수 있었고, 폴란드인들도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 폴란드 언론은 물론 정부도 사건 발생 초반엔 러시아의 공격을 암시하는 발언들을 내놓았다. 피오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동맹국들에 '나토 헌장 4조' 발동 관련 협의 요청을 한 사실과 군 준비 태세 강화 결정을 가장 먼저 발표했고, 루카트 자시나 폴란드 외교부 대변인은 낙하된 미사일이 러시아제임을 공식 확인하고 현지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이 '러시아가 미사일을 쐈다'고 보도하는 상황에서 폴란드의 이런 발표는 주변국 정부와 국민의 긴장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라트비아는 국방장관이 나서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포함한 추가 대공방어 제공 합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폴란드 측의 진화는 바이든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통화한 직후부터 이뤄졌다. 두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돌연 기자들에게 "미사일이 러시아제일 가능성이 높지만, 누가 발사한 것인지에 대해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발표, 자국 외교부 발표를 다소 번복하는 상황을 감수하고 대응에 나섰다.
협상·중재 전문가인 마이클 버틀러 클라크대 정치학 부교수는 "냉전 이후 나토가 이 같은 시험대에 선 적이 없었음에도, 이번 서방의 대응은 나토 동맹의 힘과 동유럽 비확산 노력 강화 역할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쟁은 예측할 수 없고 이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만연하다는 것을 모든 당사자가 분명히 인식하는 상황에서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더 호전적인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사를 피했다"고 호평했다.
심지어 크렘린궁조차 바이든 대통령을 칭찬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판단과 진술을 서두르면 안 되는지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다"며 "미국 측과 미 대통령의 절제되고 전문적인 대응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전쟁 확대" 먼저 외친 젤렌스키 향해 쏟아지는 화살
다만 러시아의 침공을 9개월째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만큼은 사태 초반부터 지금까지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한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언론 발표로 사건이 알려진 직후 "이번 사태는 전쟁의 상당한 확대"라며 "이것은 나토를 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요격 미사일인 것으로 나토가 잠정 결론을 내린 뒤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미사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보고에 근거, 이러한 결과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한 저녁 연설에서도"우리는 모든 세부 사항, 각각의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면서 "파트너들이 갖고 있는 현장 관련 모든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자칫 확전을 부추기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일부 영미권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와 폴란드, 미국의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며 서방 동맹국들과 갈등을 비고 있다"고 했고, 뉴스위크는 "소셜미디어 상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폴란드 미사일 사태로 3차 대전을 시작하려 했다는 비난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폴란드에서 2명의 사망을 야기했다 해도) 우크라이나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불법 전쟁을 지속하고 있어 궁극적 책임을 진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자국 도시와 기반시설을 겨냥한 미사일을 요격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영국은 물론 모든 서방 국가들이 이 같은 입장을 함께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가 여전함을 강조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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