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카드 쓸까…"전쟁서 지면 푸틴은 끝" vs. "겨울 전 시간벌기"
- 22-10-08
푸틴은 정말 위험할까…서방 전문가 4인의 분석
세계 대다수인이 러시아의 침공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진전을 이룰수록 수세에 몰린 러시아의 핵 카드 사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 이번 전쟁의 딜레마다.
다시 말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진짜로 핵 버튼을 누른다는 건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로 해석될 것이다.
세계 유수의 오피니언 리더로부터 기고문을 받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는 6일(현지시간) 서방 전문가 4인의 분석을 통해 러시아의 핵 사용 현실화 가능성을 진단했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푸틴은 (핵 버튼을 누를 만큼) 위험에 처했는가.'
◇가장 우려되는 사실…"푸틴 혼자 결정한다는 것"
로버트 캐플런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 지정학 부문장은 "푸틴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단언했다. 푸틴은 현재 △동기부여 안 된 병사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만 못한 장비와 무기 △막대한 병력 손실과 전쟁 비용 △추락하는 지지율 △캅카스 및 극동 지역 통제권 약화 등의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봤다.
문제는 푸틴이 전술핵 무기를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은 지정학적이라기보단 셰익스피어의 질문에 가깝다는 점이라고 캐플런은 짚었다. 그는 "푸틴 혼자, 두려움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러시아 역사에 기초할 때 국가가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다면 푸틴은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그는 "전쟁이 불리하게 진행되더라도 푸틴을 축출할 법적·관료적 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러시아의 시스템은 중국보다도 훨씬 무질서하고 덜 제도화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몇 주 내지 몇 달 안에 끝날 대하사극의 중반부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푸틴의 약점은 두려움…"서방, 강력한 대비태세 보여야"
디나 카파예바 조지아 공대 러시아어 교수는 푸틴의 삶과 이번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사고를 좌우하는 키워드로 '두려움'을 꼽았다. 크렘린의 중세 성벽 뒤 벙커에서 살아온 이유는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며, 우크라이나가 서구화돼 새로운 오렌지 혁명이 태동할 것을 오랫동안 두려워해 왔다고 했다.
그 두려움의 궁극은 결국 러시아 시민들에게 선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 2011~2012년 러시아 대규모 시위와 2013~2014년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불법 병합하고 돈바스를 분쟁지역화 한 이유라고 카파예바는 설명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두려움에 의한 것이라고 봤다. 카파예바는 "코로나19 이후 푸틴 정권에 대한 내부 불만 우려가 커진 건 전쟁의 계기 중 하나였다"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신속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과 동원령에 대한 시민 불만은 이제 푸틴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크렘린도 튼튼한 성벽은 아니다. 카파예바는 "역사적으로 크렘린궁의 권력이 마피아 같은 권력 투쟁으로 유지됐다"며 "오늘날 러 권력 내부의 기밀이 유출되는 건 결국 크렘린내 긴장의 징후"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국내 요인은 푸틴의 핵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요소는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푸틴의 핵 결정은 서방의 대응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카파예바의 주장이다.
그는 "푸틴은 서방이 무슨 일이 있어도 핵 전쟁 위험을 감수하진 않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핵 위협을 하는 것"이라며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 15%를 불법 병합하고 전례 없는 핵 긴장을 높여도 지금까지 서방의 대응은 제재를 좀 더 추가하는 것에 그쳤다. 푸틴에게 있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러시아가 핵폭탄을 코앞에 들이대도 앉아서 지켜만 볼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크렘린은 서방이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세계 안보를 불안정하게 하는 무모한 위협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겨울까지 참으면 서방 결의가 먼저 무너질 거란 기대"
마크 레오나드 독일 싱크탱크 유럽외교위원회(ECFR) 위원장은 푸틴이 천성적인 이유든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근무 경험 때문이든 간에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하는 특징에 착안, 전문가들이 그를 '투사이자 생존주의자'라고 묘사하는 점을 소개했다.
곤경에 처했을 때 투사로서 그의 생존방식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가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세에 몰리자 부분 동원령을 발령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섣불리 병합 선언해버린 것이라고 짚었다.
레오나드는 "푸틴은 열세이거나 압도당할 때 종종 비전통적인 전술로 눈을 돌린다"며 "러시아군이 대패할 경우 긴장 고조의 두려움은 미국부터 독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를 물리치기 충분하면서도 푸틴의 핵 야욕을 자극할 정도의 대승을 이루진 못할 만큼, 딱 그만 큼까지만 무장시키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봤다.
그는 "푸틴은 자신의 핵 위협이 충분히 시간을 벌어 추운 겨울 에너지 부족으로 서방의 결의가 약해지길 희망할 것"이라며 "푸틴은 여전히 서구 민주주의가 자기보다 먼저 위험에 처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개전 초기보다 약해진 게 선명한 푸틴의 권력 장악력
안젤라 스텐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푸틴의 권력 장악력은 2월 24일 '특별군사작전(침공)'을 개시하던 때보다 덜 공고한 것 같다"고 했다. 부분 동원령에 대한 반발이 그 방증이며, 이는 그의 최고지도자 지위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계속해서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고 동원령으로도 러시아의 열세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푸틴의 입지는 더욱 약해질 수 있다"면서 "이는 전쟁을 격화시킬 압력으로 작용,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비(非)재래식' 무기 사용 유인도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바로 이 지점에서 "종전을 협상하는 게 러시아에 더 낫다는 걸 이해하는 그룹이 부상해 푸틴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푸틴은 결코 그런 협상을 주도하진 않을 것"이라며 "푸틴에게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존적인 문제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통일에 모든 걸 걸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무슨 수를 동원해라도 최대한 오래 권좌에 매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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