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차기 누구?"…러시아서 금기시하던 얘기가 점차 돌고 있다-WP
- 22-10-08
전쟁 승기 못 잡으면 실각 위험…옐친 시나리오 택할까
"아직은 견고한 푸틴 체제"…권력 승계 이뤄질지 의문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지 탈환에 속도를 내며 러시아 내에서는 금기시한 위험한 질문이 나오고 있다고 러시아의 엘리트 기업인 4명을 인용해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연 20년간 철옹성 같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무너질 것인가. 그가 무너진다면 차기 권력을 승계할 인물은 누구인가. WP는 법적 승계 1순위부터 예측 밖 인물들까지 푸틴 대통령의 후임을 언급하며 러시아 연방의 미래를 진단했다.
◇우크라戰에 달린 푸틴 운명…실각 가능성 커져
전쟁 초반 단기간 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려던 러시아의 전략과 달리 전쟁은 7개월을 넘기며 장기화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점령당했던 영토를 탈환하며 푸틴 대통령은 수세에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과 핵 위협을 택할 만큼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안팎으로 푸틴 대통령의 '강한 러시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그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크게 실린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2014년 크림반도, 2008년 조지아, 1999년 체첸 침공 세 번의 침공으로 세 번의 지지율 상승을 겪은 바 있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전 전쟁들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와 달리 러시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 않은 데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군 부분 동원령 등으로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동원령을 내렸는데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한다면 2024년 대선에서 패배, 장기집권의 꿈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 대통령의 실각과 맞물려 러시아 연방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두뇌집단)인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지만, 구소련 지역에서 영향력을 상실한 것은 이미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1990년대 초부터 소련 시절의 군대를 이용해 구소련 국가들을 러시아 주도의 정치 및 안보 구조에 합류하도록 강요했는데, 이러한 러시아의 지배력이 마침내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옐친처럼 총리에 권한이양 후 대통령 물려줄까
1999년 체첸 전쟁을 계기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총리로 발탁했다. 이후 옐친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31일 건강문제와 후진 양성을 이유로 푸틴 당시 총리를 권한대행으로 지명하고 대통령직에서 사임했다.
푸틴 대통령이 옐친 전 대통령처럼 자신의 승계를 조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집권 중 사망하거나, 면직되거나, 혹은 자발적으로 권력을 포기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옐친 전 대통령과 같은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현재로선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법적 승계 1순위다.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총리는 총선 기간 중 3개월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이처럼 헌법상 새 지도자 선출 절차가 명시돼 있긴 하지만, 실제로 러시아의 차기 대통령은 배후 엘리트 간 갈등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미슈스틴 총리는 푸틴의 측근들과 달리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베테랑도 아니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도 아니기 때문에 크렘린 내부의 분열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푸틴 측근 그룹 전면에 나서…누가 될지는 "예측불가"
특히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전에서 고전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의 측근 그룹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서기,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 푸틴의 사병조직 바그너 그룹을 창설한 예브게니 프리고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NSC 부의장 등이 있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KGB 후신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지냈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략의 핵심 설계자로 알려졌다.
카디로프는 2007년부터 체첸 자치공화국을 통치,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하며 체첸 자치공화국 내에서 인권 탄압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말 중장으로 진급한 지 반 년여 만인 지난 5일 상장 계급으로 승진했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장기간 베일에 싸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러시아의 해외 세력 확장을 돕는 사조직 바그너 그룹을 만든 인물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애’이자 후임으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알렉세이 듀민 툴라 주지사다. 듀민 주지사는 2012년 대통령 경호처 차장 겸 군 정보국(GRU) 부국장이 됐고, 2014년 크림반도 점령을 총괄했다. 국방부 차관을 지냈다. 듀민 주지사의 충성심을 높이 산 푸틴 대통령은 그가 행정 분야에서도 경험을 쌓도록 툴라 주지사직에 임명했다.
다만 카디로프와 프리고진은 엘리트층의 지원을 받아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WP는 내다봤다. 또한 이들 간 혼란스럽고 잔인한 권력 투쟁이 일어난다면, 미래 지도자는 푸틴 대통령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퇴임과 후임자 선정과 관련된 시나리오가 많은 만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기간 푸틴 대통령을 지켜봐 온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모스크바 카네기국제센터 연구원은 "매우 예측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승계 이뤄질까 의문…"여전히 견고한 푸틴 체제"
권력 승계 자체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러시아 보안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 안드레이 솔다토브는 "승계 게임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물론 사람들은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화를 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동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슬라브어 및 동유럽학 교수이자 러시아 안보문제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는 "지금 상황이 지겹고, 푸틴 대통령의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러시아 엘리트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보다는 고개를 숙이고 지금 상황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여전히 매우 강력하고 견고한 체제"라며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안보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처럼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 예스맨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은 오히려 후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앤드루 바이스는 "푸틴 대통령은 뛰어나고 독립적인 그룹의 사람들보다 평범하고 서로를 미워하는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편이 훨씬 낫다"면서도 "사람들이 그에게 더 많이 의존할수록 스스로 강력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럴 때 시스템이 완전히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아나톨 리벤 연구원도 "요점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가기를 거부하고 복수를 결심할 수도 있다. 그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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