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24 대선 출마 암시 영상 공개…FBI의 자택 압수수색에 반격

"불법·정치적 박해·마녀사냥 막아야…오르지 못할 산 없다"

"압수수색, '제도적 세력의 희생양' 주장하게끔 빌미 줘"

 

미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맞서 출마할 것을 암시하는 캠페인 스타일의 동영상을 공개하며, 사실상 출마선언을 앞당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새 영상을 통해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고, 도달할 수 없는 정상은 없고, 우리가 만나지 못할 도전은 없다"며 "우리는 구부리지도, 부서지지도,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상 뒤 광고를 통해 기금 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지지자들에게 모금 이메일에서 "그들(민주당)은 공화당과 나를 다시 한번 막으려 하고 있다"며 "불법, 정치적 박해, 마녀사냥을 폭로하고 막아야 한다"고 적었다.

앞서 FBI는 백악관 기밀문서를 불법 반출한 혐의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미 법무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기록물을 훼손하거나 백악관을 나오며 문서를 일부 반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당국은 지난해 1월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사상자를 낸 사건과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주(州) 선거 뒤집기 의혹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압수수색 시작 당시 뉴욕에 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FBI의 압수수색을 두고 "나의 2024년 대선 출마를 저지하고 싶은 급진좌파 민주당원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에서는 이번 수사를 '정치 수사'라고 표현하며 맹비난에 나섰다. 로나 롬니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공화당에 맞서 관료(법무부)를 지속적으로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법무장관 (메릭) 글랜드는 문서를 보존하고 달력을 깨끗이 비워두라"며 "법무부의 무기화된 정치화가 참을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하는 즉시 법무부를 감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은 전례 없는 일이다. 오는 11월 초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져 수사당국이 선거 시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수수색을 지렛대 삼아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전략공보국장이었던 알리사 파라 그리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압수수색 결과가 실망스러운 것으로 드러나면 공화당 유권자들의 분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 분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원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는 법무부에 압수수색 이유를 설명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것은 하찮은 기록들을 찾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전술로 간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역시 "FBI의 압수수색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제도적 세력의 희생자'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며 "당에서 세력이 약화하는 것처럼 보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공화당원이 집결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발표된 뉴욕타임스(NYT)/시에나 칼리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예비 유권자의 절반은 트럼프가 아닌 다른 대통령 후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9%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지만, 나머지 응답자들은 론 드산티스, 테드 크루즈, 마이크 펜스 등을 지지한다고 답한 것.

이러한 여론조사에 비춰보았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화당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더라도, 2016년과 같은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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