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병두 목사] 은메달을 목에 걸던 그 날
- 22-07-24
전병두 목사(유진 한인중앙교회 담임)
은메달을 목에 걸던 그 날
별로 크지도 않고 유명하지도 않은 작은 도시 오레곤주 유진에서 2022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이 대회가 개최되기는 역사상 처음입니다.
이 대회는 세계 200국가에서 26개의 종목 별로 약 1,900 여명의 대표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 대회라 유진 시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였습니다.
조국 대한 민국에서도 마라톤, 경보, 높이 뛰기 등 세 개 종목의 선수들이 참가하였습니다. 대표 선수들을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유진 교민들은 마치 가족이 찾아 오는 것처럼 마음이 들 뜬지가 몇 달이나 되었습니다.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는 옛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우리 나라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힘차게 흔드는 모습이 어른거리기도 하였습니다.
언젠가부터 새벽 기도 시간에도 한국 선수들을 위하여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의 대도시들을제쳐 두고 작은 우리 마을에서 이 국제적인 육상 경기 대회가 개최된 것은 우연은 아닙니다.
유진에 위치한 오레곤 대학교에서 육상 선수로 활약하였던 필 나이트(Phill Knight)와 그의 코치 빌 바우먼(Bill Bowerman)이 창립한 나이키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을 입은 것입니다. 한국의 이봉주 마라토너도 우리 마을에서 전지 훈련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유진은 미국에서도 육상의 성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의 높이 뛰기 유망 우승 선수 들 중에는 한국의 우상혁 선수도 꼽히고 있었습니다. 우 선수는 가볍게 예선을 통과하였습니다. 결선 경기가 개최되는 날 우리 교민들은 삼삼 오오 경기장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일 먼저 경기에 임한 선수는 한국의 우상혁이었습니다. 흰 런닝셔츠에 뚜렸하게 새겨진 “KOREA“ 라는 글씨가 너무나도 반가왔습니다. 한국 태극기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OREGON 22”라는 글자 위에는 “WOO” 라는 이름이 큼직하게 씌어져 있었습니다.
우상혁 선수는 침착한 자세로 팔과 다리를 두드리기도 하고 허리를 움직이기도 하면서 간단히 몸을 푼 후 심판관이 장대 앞을 비워 주자 잠시 목표물을 응시하였습니다. 우 선수는 잠시 후 스프링처럼 앞으로 달리더니 공중으로 힘차게 몸을 날렸습니다.
이어 새우처럼 등을 굽혀 2미터 19 높이의 장대를 쉽게 넘겼습니다. 차츰 장대를 높이면서 실패하는 선수들이 늘어 났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는 카타르에서 온 바심이라는 선수와 전쟁 중에도 대표 선수를 파견한 우크라이나 선수, 그리고 한국의 우상혁이었습니다.
바심 선수는 우상혁 선수보다 키가 더 컸습니다. 마지막 높이 2미터37도 실수없이 넘었습니다. 우상혁 선수는 두 번의 실패 후에 다시 한번 2미터 35 높이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마지막 기회를 앞에 두고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우리 교포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우상혁 이겨라!!!” 경기장 앞 좌석에 앉은 우열이와 주열이는 손으로 만들어 가지고 온 플랜카드를 높이 흔들면서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저의 바로 옆에 앉아 결선을 지켜보던 아내는 우선수가 장대로 달려 가던 순간 눈을 감은 채 “주여 도와 주세요” 기도만 할 뿐이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중계 화면에는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소리치고 있는 교포들의 모습이 클로즈 업되고 있었습니다.
숨막히는 순간이었습니다. 만일 이 장대를 넘기지 못한다면 4위로 머물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잠시 고요하던 운동장은 갑자기 “와!”하는 소리와 박수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우리 우상혁 선수가 실수없이 장대를 잘 넘었습니다.
1위를 한 바심에 이어 은메달을 따는 순간이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성적을 보여 주는 화면에는 “WOO“ 선수 이름이 2위로 껑충 올랐습니다. 주님은 간절한 우리들의 소박한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두 차례의 실패로 고개를 떨구었던 우상혁 선수는 마지막 장대를 넘은 후 벌떡 일어나 양손을 번쩍 들고 관중들을 향하여 흔들어 주었습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가 다시 터졌습니다.
이 행사를 위하여 한국에서 도착한 대한 육상 연맹 회장단을 위하여 음식을 준비한 분은 최권사님이었습니다. 그는 이 분들과 마음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가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다고 실토 하였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무척 긴장된 분위기를 깰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승 경기가 끝나고 최권사님 댁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권사님은 갈비를 굽고 잡채를 만드는 등 한식으로 저녁 식탁을 차렸습니다.
”목사님 기도를 해주십시오“ 대한 체육회 상근 부회장님이신 김정봉집사님이 기도를 요청하였습니다. ”사랑하시는 주님, 이번에 멀리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훌륭한 선수단과 임원진을 유진으로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 육상 경기 역사상 처음으로 이 국제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게 해 주셔서 더욱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힘을 더하여 주십시오...“
기도가 끝났지만 임원 분들은 선수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느라고 밤 열두시가 넘도록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식사를 시작하자고 권해도 한사코 사양하였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저희가 아니라 선수들이지요 선수들이 도착하면 함께하겠습니다...”
대회장님의 이 한마디는 얼마나 선수를 아끼는 가를 잘 보여 주었습니다. 이번 쾌거는 훌륭한 선수와 임원진의 우승을 향한 단합된 마음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울 사도는 우리의 신앙 생활을 운동 경기자로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들이 다 달릴지라도 오직 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인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상을 받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고전9:24) 우리가 이 세상이라는 운동장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을 동안 인솔자이신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얼마나 열려 해 주시고 기다려 주실까 생각하게 하는 저녁이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서은지총영사, 코리아나이트 시구 외교부 유튜브채널로 제작돼(+영상)
- 시애틀한인회,유급병가 세미나 개최한다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15일 합동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15일 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15일 토요산행
- 삼성 이재용, 시애틀서 아마존 CEO만나
- “한인상공인 여러분,그랜트나 대출기회 넘쳐요”
- “22일 베냐로야홀서 무료 공연 즐기세요”
- “전주서 열리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신청하세요”
- 한인학부모회 미술대회서 리아 최,엠마 양 ‘대상’
- 서북미문인협회 20회 뿌리문학신인작가상 공모한다
- 창발 한인들 참여하는 자선기금마련 테니스대회 개최한다
- “시애틀 한인여러분, 호주와 뉴질랜드여행 어때요?”
- 한국학교서북미협의회, 5개 행사 종합시상식 열어(+화보)
- 이번 주말 제74주년 6ㆍ25 합동기념식 열린다
- 재미대한탁구협회 회장배 대회 열린다(+영상)
- 시애틀 통일골든벨 ‘성공’…김환희군 1등 영광 차지(+영상,화보)
- <속보> 오늘 정부납품 세미나서 한인상공인 위한 플렉스 펀드도 설명
- [신앙칼럼-최인근 목사] 기다림의 미덕(美德)
- 오리건 김성주의원 차남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
- “윤혜성 교장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시애틀 뉴스
- 시애틀 방치된 빈집 강제철거 빨라진다
- "아마존, 직원들에 MS 클라우드 플랫폼 데이터 수집 지시"
- 아마존 시애틀 등 서민주택사업에 14억달러 추가 투자한다
- 올 여름에도 시애틀 '누드비치 공원' 그대로 운영된다
- 삼성 이재용, 시애틀서 아마존 CEO만나
- 시애틀 매리너스 23년만에 디비전 1위 노린다
- "타코마 교차로 위험 알고도 방치해 6명 사망"(영상)
- 애완견 데리고 캐나다 가는 것 어려워진다
- <속보> 지난 주 사망한 유명 워싱턴주 우주인 앤더스 사망원인은 ‘타박상’
- MS-애플-엔비디아 시총 1위 두고 사투…‘시총 삼국지’
- 억울한 살인죄 뒤집어쓰고 23년 복역했지만 "보상은 안돼"
- 시애틀 차이나타운 전 베트남마켓 건물서 화재 발생
- 스타벅스 '단골도 등돌려'...좋은 시절 끝났나
뉴스포커스
- 의협 '3대 요구안' 제안, 정부 '거절'…'전면휴진' 일촉즉발
- 법도 환자도 등 돌린 진료거부…"무제한 자유 불가" 3대요구안 일축
- 당정 "130만 취약가구에 5.3만원…경로당 폭염지원금 6만원 인상"
- 대통령실 "상속세 전면 개편…종부세 폐지 필요"
- 민주 '명품백 수수 청문회' 추진…출석 불응시 '동행명령장' 검토
- 노소영 "서울대 후배들에게 실망…지방대 학생들에 감동" 무슨 일?
- 새마을금고 전무·상무·차장·과장·대리 모두 처벌받아…무슨 일?
- 499일 눈물의 기억 '이태원 참사 분향소' 이전…슬픔도 함께 옮겨지길
- "아내도 6억 투자"…견미리 남편 허위공시 주가조작 '무죄→파기환송'
- 경로당 '무상점심' 주5회로 늘지만 '지역간 격차' 우려…국비지원 목소리도
- 대박 난 '1만원대 청바지'…이랜드리테일 NC베이직, 라이프웨어 브랜드 도약
- "넘사벽 팔도·유재석의 농심·재도전 오뚜기"…뜨거워지는 비빔면 전쟁
- "미워도 다시 한번"…외국인 복귀에 '8만전자' 보인다
- 문·이과 통합수능 '서연고→서고연' 순위 바꿨다
- "희대의 조작사건" "법치 파괴 공작"…여야, 이재명 추가기소 공방
-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17~22일 교수 529명 휴진…54.7% 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