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코비드 없애려 '혈액세척'에 수천만원 썼더니…황당한 결과
- 22-07-14
영국의학저널 보고서…원래 중증 신장질환 치료법, 롱코비드에 도움 안돼
코로나 후유증 환자들 잘못된 치료 접근 늘어…국내서도 치료 기준 준비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인 '롱코비드(Long Covid)'를 겪는 많은 환자들이 '혈액세척' 등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찾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를 위해 거액을 들여 외국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중 10~20%가 감염 후 최소 2개월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롱코비드 환자다. 롱코비드 환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정부도 롱코비드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곧 관련 치료지침을 만들 예정이다.
◇수천만원 들여 '혈액치료' 받았지만 효과 없어
14일 미국 의학전문지 메디컬라이프사이언스 등 외신들은 최근 영국의학저널(BMJ)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영국에서만 롱코비드 증상을 겪는 환자 수천 명이 거액의 비용을 들여 입증되지 않은 '혈액세척(BloodWashing)' 같은 치료법을 찾기 위해 독일, 사이프러스, 스위스 등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혈액세척은 혈액여과치료의 일종인 성분채집술과 비슷한 개념이다. 혈액을 체외로 내보내 여과기로 걸러 다시 몸속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주로 중증 신장질환 환자들이 받는다.
롱코비드가 혈액응고를 일으킨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부 전문가들이 성분채집술과 항응고제를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내놓았지만 이러한 침습적 치료법이 충분한 증거 없이 제공되고 있다는 지적도 크다.
BMJ 보고에 따르면 최근 혈액세척을 받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지중해에 있는 사이프러스까지 갔던 한 환자는 약 두 달 동안 현지에 체류하면서 혈액세척 6회, 고압 산소치료 9회, 비타민 정맥주사 투여 등의 시술을 받고 5만유로(약 6500만원)가 넘는 거액을 썼지만 별 효과 없이 돌아왔다.
영국 내 다른 롱코비드 환자 또한 지난해 독일에서 혈액세척 치료를 받았지만 아무 효과 없이 약 7000파운드(약 1100만원)를 썼다.
샤밀 하룬 영국 버밍엄대학교 임상강사는 "이전에 잘 생활하던 사람이 갑자기 쇠약해져 일도 못하고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다면 이런 치료를 받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이런 '실험적'인 치료법은 임상시험의 맥락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피로, 근력약화, 호흡·수면 장애, 기억력 문제, 불안·우울증, 흉통 그리고 후각·미각 상실 등 롱코비드 증상을 겪는다고 보고한 사람이 200만명에 달한다.
◇롱코비드, 피로감·집중력 저하 등 호소...일부 연구선 완치 후 80%가 폐렴증상
국내에서도 정부가 발주해 진행했던 롱코비드 관련 연구에 따르면 롱코비드 환자가 겪는 주요 증상으로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불안 등이 있었다.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후유증 여부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내원환자 170명 중 129명(75.9%)이 코로나19 확진 후 12개월까지 1개 이상의 후유증 증상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완치자 130명 중 80%가 코로나19 완치 후에도 폐렴 증상을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후각·미각 이상이나 기억감퇴, 우울 등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거나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 고령 환자도 많았다. 또 확진 후 19개월까지 피로, 운동 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관찰됐다는 보고도 있다.
정부도 롱코비드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상병코드 등 후유증 치료를 위한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6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코호트 방식의 연구조사까지 진행될 것"이라며 "이미 코로나 후유증이 상병코드로 만들어져 있다. 이에 대한 추적조사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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