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선언' 스리랑카 대통령, 해외 도피 시도 불발

막내 바실 라자팍사도 두바이로 도피 시도…공항서 저지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오는 13일 사임하기로 밝힌 가운데 라자팍사 대통령 형제가 스리랑카에서 출국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정황이 포착됐다.

12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동생 바실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재무장관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도피를 시도했지만, 출입국 관리 직원과 대치 상태에 놓이며 끝내 출국에 실패했다.

앞서 라자팍사 대통령은 "평화로운 권력 전환을 위한 길을 닦겠다"며 오는 13일 사임하기로 했다.

스리랑카에서 대통령은 불체포특권을 가지는데, 라자팍사 대통령은 사임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오는 13일부터는 불체포특권도 박탈된다. 이 때문에 라자팍사 대통령은 구금되지 않기 위해 사임 전 해외 출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라자팍사 대통령의 여권에 도장 찍기를 거부했고,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아내는 두바이행 비행기 4편을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들은 공항 옆에 있는 군기지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막냇동생 바실 전 장관도 공항 직원들과 대치 끝에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바실 전 장관이 출국 수속을 밟으려고 하자, 공항에 있던 다른 국민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스리랑카는 지난 주말 대통령 퇴임을 요구하며 계속된 반정부 시위로 결국 라자팍사 대통령이 긴급 대피한 뒤 사임을 약속하는 소요 사태를 겪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극심한 외환위기와 경제난에도 감세와 예산관리 부실 등 잇단 실책으로 민심을 잃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수익원인 관광업까지 타격을 받자 이를 덮을 길이 없었다.

이에 민심이 들끓어 반정부 시위가 계속된 가운데 라자팍사 대통령은 지난 5월 자신의 친형이자 전 대통령인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 사임으로 위기를 모면하는가 싶었지만, 결국 국민들은 라자팍사 '일가 퇴진'을 요구하며 물러나지 않은 것이다.

스리랑카는 5월19일자로 국가채무 불이행, 디폴트가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기까진 라자팍사 일가의 책임이 적지 않은데, 사임한 마힌다 전 총리는 2005~2014년 스리랑카를 철권통치했고, 당시 고타바야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지내는 등 족벌정치의 폐해가 심각했다.

이에 경제난을 계기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라자팍사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며 정부와 대립해왔다.

한편 스리랑카 의회는 새 대통령 선출 절차를 위한 의회를 오는 15일 소집할 예정이다.

마힌다 야파 아베와르데나 스리랑카 의회 의장은 성명을 내고 "다음 대통령 후보 지명은 19일 의회에 발표될 것이고, 20일에는 의회가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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