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공격적 긴축…신흥국에 '97년 亞사태' 버금가는 위기 닥쳤다
- 22-06-16
동남아 스리랑카부터 아프리카 튀니지·중남미 페루까지
정치·경제·사회 불안 고조된 '칵테일 위기'+연쇄 디폴트 우려
신흥국이 심상치 않다. 외부충격과 금융문제가 중·저소득 국가들을 강타하면서, 한국에도 외환위기를 촉발한 1997년 태국발(發) 아시아 사태 이후 최악의 정치·경제·사회 불안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남아시아 스리랑카나 남미 페루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들 국가는 정치·경제·사회 중 정확히 어느 부문에서 촉발됐는지도 구분 못 할 혼란이 식품·연료 가격 급등 속 거리 시위로 번져 정부 존립마저 위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요즘 글로벌 경제 관측통들이 소위 신흥시장 전망을 얘기할 때 '칵테일 위기', '열차 충돌(train wreck)', '재앙의 물줄기(cascade of disasters)' 등 동시다발적 악재를 일컫는 단어들을 사용한다"며 이 같은 위기감을 조명했다.
◇무엇이 트리거가 됐나
팬데믹에 뒤이은 인플레이션은 에너지와 의약품, 식료품 수입을 위해 미 달러를 필요로 하는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심상치 않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예컨대, 대개 저개발국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는 (외화) 소비 지출의 약 40%가 식품 구매에 쓰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15일(현지시간)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리고 이는 신흥개도국 통화 가치를 하락시키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이제 막 수십억 달러의 외화 빚을 진 이들 국가의 부채 상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영향도 있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신흥개도국 사회 긴장의 배경이 된 것은 맞다. 경제학자들은 세계 최빈국 곳곳에 영향을 줄 더 포괄적인 혼란세를 예상하기 시작했는데, 2년 넘게 지속된 팬데믹이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페루의 경우 코로나 관련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 지난 3~4월 농민들이 연료·비료 가격 폭등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몇 주간 폭력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정확히 어떤 리스크를 안고 있나
현재 신흥개도국은 국제투자자본의 패닉과 그로 인한 갑작스런 대규모 자본 이탈 위험을 안고 있다.
이집트를 예로 들면,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이자 최근 몇 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장 많은 부채를 진 국가 중 하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세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이집트 중앙은행은 현지 통화 가치를 15% 이상 떨어뜨리고 기준금리도 5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했다.
밀 수입 부담과 외자 이탈 위험을 줄였지만, 부채 상환 부담이 늘고 경제성장을 지연시킬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스리랑카는 식료품·연료 부족이 어떻게 폭력적인 거리 시위를 촉발하고 인기 없는 정부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가 됐다.
스리랑카는 1948년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달 외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스리랑카에 이어 인근 라오스와 파키스탄, 아프리카 튀니지와 에티오피아 및 가나, 중남미 엘살바도르 등도 디폴트 위험을 안고 있다.
이달 중순 기준 신흥경제 약 15개국이 미국 국채보다 최소 10%포인트(p) 이상 높은 국채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6년 전과는 대조적이다.
일련의 디폴트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지만, 개도국에서의 폭발은 그 발화지점을 훨씬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된 역사가 있다. 1997년 태국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촉발한 아시아 위기는 인도네시아에서 32년간 권좌를 유지해온 수하르토 당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종국엔 러시아의 디폴트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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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1998년 나라사랑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 모습. 국가기록원은 우리나라의 IMF 및 IBRD 가입일을 맞아 8월 이달의 기록 주제를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지원한 국제금융기구(IMF, IBRD), 기록으로 보다'로 정하고 관련 기록물을 오는 23일부터 누리집을 통해 서비스한다. (국가기록원 제공) 2016.8.22/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
◇모든 상황이 다 나쁜가
중남미 같은 자원 부국은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일견 축복이 되기도 했다. 브라질이나 칠레 같은 나라는 쇠고기와 구리 수출이 급속도로 늘기도 했다.
문제는 연료와 비료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 오는 10월 재선을 노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유가 급등으로 시달리는 서민 부담을 돕는답시고 원자재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풀다 올해 4월 인플레이션이 12%까지 치솟았다.
◇대책은?
세계은행(WB)은 위기 대응 기금으로 지난 4월 1700억달러 지원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초기 발표된 구제기금 1570억 달러보다도 액수가 높다.
최근 IMF와 협상을 마친 파키스탄을 포함해 많은 신흥국이 IMF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했다.
선진국들도 팬데믹 기간 개도국 부채 상환을 일부 중단시켜 주기도 했지만, 부채 재조정은 별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 개도국에 날아오는 고지서는 총 350억 달러다.
WB는 팬데믹 이전에 발표했던 보고서에서 올해 7500만~9500만 명이 극빈을 탈출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지만, 지난 4월 이 보고서를 수정하고 지금의 빈곤 수치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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