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위기 이제 시작…우크라 전쟁 끝나도 후유증 심각
- 22-05-11
IMF "공급 혼란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기반 재구축 오랜시간…식량 무기화에 주권확보
"인플레이션이 이전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급 혼란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20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2022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며 언급한 내용이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데는 식량 가격 상승이 절대적이다. 일각에서는 2007~2008년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에 버금가는 충격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유엔 식량가격지수를 살펴보면 1960년대 처음 도입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당초 단기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식량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양적완화로 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자 식량과 에너지 등 필수 품목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에 식량위기에 처한 인구는 2억 명에 이른다. 특히 스리랑카와 레바논, 시리아, 에티오피아 등 최빈국들의 타격이 심하다. 이들 국가들은 물가 안정 실패와 기득권층의 부패까지 겹치며 정치 불안까지 심화되고 있다.
이번 전쟁이 전 세계 식량난으로 번진 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측면이 크다. 우크라이나 곡물은 전쟁으로 수출길이 막히거나 파괴되고 있고, 러시아 곡물은 각종 제재로 인해 공급망에서 이탈하고 있다.
수치로만 따져봐도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칼로리의 12%를 담당하는데, 2020년 기준으로 국가별 밀 수출 점유율을 보면 러시아는 17.7%로 가장 많고 우크라이나 역시 8%로 5위다.
옥수수 수출량은 우크라이나가 13.3%로 세계 4위, 러시아는 1.1%로 11위를 차지하는데 전쟁으로 흑해 지역의 밀과 옥수수 수출량은 각각 700만 톤, 600만 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식량위기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당장 전쟁이 끝나더라도 후유증이 심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 곡물창고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곡식뿐 아니라 농기계도 파손돼 다음 파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페트롭스크주 시넬니코베시다. 러시아군의 곡물 약탈까지 이뤄지며 농업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2500만 톤에 달하는 곡물이 쌓여 있는데 러시아군이 흑해 항구를 틀어막으면서 수출 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민들은 해당 곡물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입어 다음 농작물 재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FAO는 설명한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농업 기반을 다시 구축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다.
러시아 역시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맞서 식량 무기화를 시도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 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미 텔레그램에 "우호국에만 식량과 곡물을 공급할 것"이라며 "적들에게는 우리 상품과 농산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식량 위기에 따른 각국의 식량 주권 확보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팜유 금수 조처를 내린 상황이고 중국은 식량 안정화를 위해 대대적인 곡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밀 수출에 대해 할당제를 도입했고, 세르비아, 헝가리, 불가리아 등도 밀과 옥수수 수출 제한에 나섰다. 이같이 식량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나라만 무려 35개국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위기에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 곡물 소비량의 70%를 해외 수입으로 의존하고 있는 탓이다.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부자 나라들이 코로나 백신을 싹쓸이한 것처럼 식량 사재기를 하면 안 된다"며 식량 위기 극복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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