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단체가 본 코로나 시대…"인종적 불의의 심화"

국제앰네스티 2021년 분석…"건강과 불평등 악화"

"방역 명분으로 권위주의 강화…난민 냉대는 여전"

 

국제 인권 단체가 코로나 팬데믹 2년 차인 지난 2021년을 두고 인종적 불의가 심화된 한 해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건강과 불평등이 악화됐고 시민 공간이 두드러지게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쿠데타와 기후변화에 따른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선진국들의 냉대도 계속됐다.

10일 국제엠네스티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0/21 국제엠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149개국의 인권 현황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이 담겼다.

◇G20의 코로나 백신 독점…글로벌 제약사는 막대한 이익 취득

국제앰네스티는 우선 신 불평등에 따른 대륙별 접종률 차이를 짚었다. 국제앰네스티는 "12억 인구가 거주하는 아프리카에서는 연말 기준으로 접종률이 8%에 불과해 세계 모든 대륙 중 최저율을 기록했다"며 "이는 연말까지 40% 접종을 목표했던 WHO의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으로 인해 인종적 불의가 더욱 심화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당초 선진국들이 코백스를 통해 저소득 국가 등 전 세계에 공급한 백신 물량은 목표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세계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지난해 144개국에 5억 3700만 회분의 백신이 공급됐지만 세계 인구 79억 명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국제앰네스티도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노르웨이, 스위스, 영국과 같은 국가들은 중·저소득 국가들의 백신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음에도, 지식재산권의 임시 유예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백신의 세계적 공급 확대 시도를 조직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 강대국들의 지원을 받는 제약회사들은 고소득 국가에 최우선적으로 백신을 제공했고,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키를 잡고 있는 주요 회사들은 지식재산권을 독점하고 기술 이전을 차단했으며, 백신의 세계적 제조를 확대하려는 조치에 거세게 반대하며 로비 활동을 펼쳤다.

이에 따라 대다수 회사들이 수십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으며 팬데믹 상황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바이오엔테크(BioNTech), 화이자(Pfizer), 모더나(Moderna) 등 3대 기업이 올해 연말까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만 무려 1300억 달러에 달한다.

개별 국가에서는 백신 예방접종을 두고도 인종적 차별을 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의료 보험이 없는 노숙자와 미등록 이주민에게 해당 서류를 요구해 의도적으로 접종에서 제외했고, 니카라과에서는 정부 지지자들에게만 예방 접종을 먼저 제공하는 편파적 행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코로나 팬데믹은 수많은 나라에 거주하는 수억 명을 극심한 빈곤에 빠뜨렸는데, 선진국이 호언장담했던 부채 탕감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2020년 4월 G20가 합의했던 450억 달러 규모의 매우 제한적인 부채 탕감은 2021년 말까지 기한이 두 번 연장됐지만 결과적으로 40여 개국에게 탕감해 준 금액은 103억 달러에 그쳤다고 국제앰네스티는 분석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명분 삼아 시민 공간과 논의의 장 파괴하는 권위주의

지난 2021년은 권위주의가 득세한 시대였다. 방역을 명분으로 시민의 이동권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체포와 기소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빈곤해진 아프리카에서는 어렵게 세운 민주주의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쿠데타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국제앰네스티는 "중국, 이란 등 여러 국가의 당국은 자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거나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기소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여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예방 규정을 핑계 삼아 평화로운 시위를 과도하게 가로막거나 해산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대에 역행하는 경향으로서 표현, 결사 및 평화로운 집회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새 법안이 작성되고 도입되기도 했다"며 "국제앰네스티의 모니터링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캄보디아, 이집트, 파키스탄, 터키, 미국을 비롯해 본 보고서에서 다루는 154개국 중 67개국 이상에서 이 같은 법안이 도입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 번 역행한 상황은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해결을 위해 2020년에 도입된 규제들은 공중 보건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많은 시위가 벌어진 2021년 한 해 동안 각국 정부는 평화로운 집회를 범죄시하고, 치안 활동을 군사화하며, 시위 움직임에 맞서 군대를 이용하고, 시위 단속 규정을 도입하는 등 시민 공간을 치안화하는 경향도 높아졌다.

154개국 중 75개국 이상에서 시위대에 불필요한 또는 과도한 무력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보안군은 화기 및 최루가스 고무탄 등의 덜 치명적인 무기를 수시로 오용함으로써 불법으로 수백 명을 살해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북반구의 계속되는 냉대와 차별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1년 중반 당시 세계적으로 집계된 난민은 2660만 명, 비호신청자는 440만 명이었다. 이 중 대다수는 방글라데시, 요르단, 케냐, 터키, 우간다 등에 위치한 난민 캠프에서 수년간 생활했으며, 많은 이들이 안전을 찾기 위해 떠나왔음에도 고국으로 송환될까봐 끊임없는 공포에 시달리며 살았다고 국제앰네스티는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모니터링 결과 154개국 중 48개국 이상에서 난민과 이주민이 비합법적으로 자국으로 송환되거나 국경 너머로 돌려보내졌다. 리비아에서는 EU가 지원하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수천 명이 지상에 오른 뒤 강제 실종을 당했고, 수백 명이 정당한 절차도 없이 강제로 쫓겨나 육상 국경에 남겨졌다. 말레이시아는 미얀마에서 실재하는 박해의 위험 및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에도 불구하고, 1000여 명의 사람들을 미얀마로 추방했다.

문제는 난민과 이주민이 단순히 자국 사정에 의해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가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아무런 죄가 없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시기 부족한 노동력에 난민을 이용하던 미국은 코로나19 방역을 명분 삼아 대규모 밀어내기 작전을 실행했고, 로힝야족과 같은 소수민족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 강대국의 이용과 재단으로 후유증이 남아 현재도 고통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각국 정부는 국제적 보호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의무를 이행하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주며,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을 때까지 그들이 지금의 영토에 머물며 양호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밀어내기는 멈추고, 난민을 받아들이는 지역사회에 대한 후원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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