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우크라 전쟁으로 美-中 경제 디커플링·세계화 분절 가속된다
- 22-04-05
글로벌 국제질서 변화하나…세계 경제 석학들, 한목소리로 우려·경고
"코로나19와 푸틴이 열어버린 판도라 상자, 닫을 인물이 없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러시아 제재로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 양대 진영으로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보이고, 세계화가 분절되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현상이 심화되면 서구 다국적 기업과 소규모 기업, 수백만 소비자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싱크탱크 홍콩-APEC 무역정책연구그룹의 데이비드 도드웰 대표는 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게재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 디커플링의 악몽이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는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경제적 디커플링(Economic decoupling)이란, 미국과 중국이 상이한 기준과 기술을 채택하고 점점 더 분리된 공급망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독립된 두 개의 시스템이 공존하면서 분절된 세계화, 바야흐로 탈세계화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팬데믹 초기부터 지난 2년간 목도한 혼란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성장과 전략, 운영, 자원 할당 및 전 세계 고용 방식이 총체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에 기반한다.
도드웰 대표는 우선 최근 들어 여러 경제 석학들이 경제적 디커플링과 탈세계화를 경고하고 나선 점을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부편집국장 겸 수석경제논평가 마틴 울프는 "경제적 디커플링은 이제 깊고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며, 피할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피터슨 자유무역연구소장 애덤 포센은 "이제 세계 경제는 중국 중심과 미국 중심 블록으로 분열될 것 같다"며 "유럽연합(EU)은 미국에 가깝지만 전적으로 그 쪽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 블랙록 대표 래리 핑크는 지난주 주주들에게 쓴 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가 지난 30년간 경험한 세계화에 종말을 고했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다니 로드리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989년 이후 자유주의(신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관이 닫혔다"고 평가했다.
뉴욕 외교위원회의 에드워드 알든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지금 경제적으로 더 분열된 세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정치적으로 더 분열된 세계를 반영할 것"이라며 "경제 통합은 정치 붕괴의 시기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드웰 대표는 "이 같은 암울한 컨센서스가 정확한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면서도 "디커플링과 탈세계화는 부분적이라도 경제적 고통을 불가피하게 수반할 것이란 게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부채, 팬데믹 이후 공중 보건 지출 증가 필요성, 공급망 붕괴로 인한 인플레이션 문제 등은 현재 취약한 것으로 간주되는 공급망 다양화와 방위비 지출 증가 필요성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하필 경제성장이 불평등하게 이뤄지고 국제협력이 심각한 제약을 받을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9월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캐피털 이코노믹스 조사에 따르면 세계 218개 조사대상국 중 114개국이 미국 블록, 90개국이 중국 블록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블록은 세계총생산(GDP)의 68%, 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중국 블록은 세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도드웰 대표는 "이 같은 이중화된 세계에서 많은 다국적 공급망이 손상될 것"이라고 봤다. 인텔처럼 전 세계에 반도체 납품량 절반을 중국에 팔고, 폭스바겐처럼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누리는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사업 철수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도드웰 대표는 "경제적 디커플링은 서구 다국적 기업과 수십만 소규모 기업 그리고 수백만 소비자가 겪는 물류 및 상업적 어려움에 더해, 혹독한 대가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미 상공회의소 중국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시대의 25% 관세가 대중 무역 전반으로 확대되면 미국은 2025년 연간 1900억 달러의 GDP를 포기하게 될 것으로 추산됐다.
디커플링으로 중국에 있는 기존 외국인 투자 주식의 절반이 팔리면 미국 투자자는 연간 250억 달러의 시세차익을 잃고, 5000억 달러의 GDP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도 분석됐다.
관광 부문에서도 중국의 교육·관광 지출이 50% 줄면, 연간 150억~300억 달러의 비용이 들며, 디커플링 시 항공 부문 연간 380억~510억 달러, 반도체 부문 540억~1240억 달러, 화학 380억 달러, 의료기기 수출 230억 달러 이상의 감소가 예상됐다.
여기에 금융 부문 손실과 국내 일자리 지원 보조금, 값싼 수입품으로부터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관세 장벽, 배터리나 반도체, 발전소, 식품 등의 국내 안정적 생산 기반 구축에 필요한 시간 등까지 고려하면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도드웰 대표는 전망했다.
글로벌 협력이 붕괴되면 기후 변화와 장래 또 다른 형태로 등장할 팬데믹 대응 역량을 손상시킬 가능성도 있다.
도드웰 데표는 "팬데믹과 푸틴은 매우 불행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미래의 희망은 이 상자를 다시 닫을 능력과 비전이 있는 정치인에 달려 있지만, 그런 인재가 품귀하다"는 탄식으로 글을 맺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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