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마음도 병들게 해…심리방역 중요" 상담건수 4배 폭증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사업부장 "코로나 경험, 사회적발전 동력돼야"

직원 29명이 주간 800건 상담…"전문인력 소진 막기 위한 투자 필요"

 

"오미크론 유행 이전에는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접수되는 주간 상담건수가 200건 정도였는데 지난 주에는 상담건수가 800건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 등을 역임한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사업부장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차적으로 '몸'을 아프게 하지만 '마음'에도 상처를 남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심리방역'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회 전반에 생채기가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심리방역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있어 정부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심리방역을 담당하는 이들이 '마음의 병'을 얻는다면 환자가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심 부장을 만나 코로나19 완전 극복을 위한 마지막 단추인 심리방역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감염에 대한 사회적 용인 필요…정확한 정보 수요↑ 

심 부장은 "'감염이 되지 않으면 대인관계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감염이 일상화되면서 확진자들의 오히려 심리적 타격이 줄었다"며 "감염에 대한 사회적 용인이 이뤄지는 문화는 진작부터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지금의 경험을 '실패'로 기억할 게 아니라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1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극단선택 생각 비율이 2021년 3월(9.7%)에 비교해 같은해 12월(13.6%)로 40% 가 늘었다. 또 5명 중 1명이 우울 위험으로 나타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심 부장은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오미크론이 유행하면서 격리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게 줄었다"면서 "다만 남들보다 심하게 앓거나 격리 후 증상을 우려하는 분들도 많아 정확한 정보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심리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김창훈 국가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코로나19에 대해 정보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련 정보만 제공해도 문제가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고 "대부분 단회성 상담으로도 우울감이 많이 줄어든다고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를 비롯해 호남권·영남권·강원권·충청권 트라우마 센터, 250여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함께 확진자와 가족, 격리자, 유가족 등을 지원하고 있다.

◇ 감염 후 '복귀'까지 회복할 시간줘야

코로나19 감염 자체가 아니라 감염 이후에 대응하는 사회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는 게 심 부장의 설명이다. 감염 자체는 통제할 수 없지만 주변인과 사회의 지지는 충분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심 부장은 "사회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을 때 받는 타격이 사실은 감염 자체의 타격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감염 이후에 주변인 혹은 회사로부터 눈치를 받거나 심지어 퇴사까지 종용받을 경우 받는 트라우마가 더 크다.

실제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접수된 이메일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코로나19 관련 사례 19건 중 11건은 무급휴가·연차휴가 강요에 따른 임금 삭감 사례, 2건은 권고사직·해고 사례였다.

심 부장은 "사람에 대한 신뢰나 사회에 대한 안정감이 작동하지 않으면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감염 이후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는 주변에서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역시 코로나19를 비껴가지는 못했다. 부서원의 30%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업무를 나눠 하기도 했다. 다만 직원들의 확진 경험이 오히려 심리지원 상담에 도움이 됐다.

심 부장은 "우리는 심리 지원을 하는 일터인데도 직원들이 확진 후 돌아올 때 심리적인 부담을 느꼈었다"며 "확진자들이 복귀할 때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공감, 이해해주는 것이 좋은지 경험이 있는 직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 직원들이 지난달 31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3.3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투자 늘려 전문가 이탈 막아야… 부처간 협력 시스템도 구축해야

현재 국가트라우마 센터 직원은 29명이다. 기획관리, 트라우마연구, 위기대응, 회복지원, 재난정신건강 인력개발 등 5개 팀이 있지만 코로나19 재난 상황에 대부분 투입된 상황이다.

심 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인력이 늘어났지만 공공기관 특성상 추가로 인력을 쉽게 더 늘릴 수가 없다"며 "일이 힘들다보니 다른 보건소, 병원과 같이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쟁을 대비해서 민방위 훈련을 하듯 심리방역을 하기 위해 재난 심리지원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심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양성해 놓은 전문인력이 소진돼 이탈하면 그만큼의 역량을 가진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심리적 안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의 투자를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무진들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다양한 부처, 센터 차원에서 소진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소진을 막기 위한 지원·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민재 정신건강전문요원은 "국가 트라우마센터뿐만 아니라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심리 대응 인력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심리 방역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정신건강전문요원도 "코로나19 극복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국민들이 코로나19 발생 초기처럼 많이 지쳐있는 각계 의료진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재난 심리지원을 위해 부처 간 협력도 필요하다는 요청도 있었다. 심 부장은 "2018년 국가트라우마센터와 2020년 권역별트라우마센터가 개소하고 심리지원, 치료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 등을 통합적으로 하는 것은 외국보다 선진적인 시스템"이라며 "곳곳에 흩어져 있는 트라우마 관련 센터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도 절실하다"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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