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키이우 퇴각·우크라 맹렬 반격…역력한 수개월 장기전 양상
- 22-04-03
러, 돈바스에 집중…재건과 재배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35개 이상 국가, 우크라에 장갑차와 장사정포 지원 합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30여일이 지난 가운데 러시아가 뚜렷한 전술 변화를 내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북쪽 여러 도시에서 병력이 퇴각하고 있고, 동부 지역에 재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러시아 본토까지 타격하며 기세를 높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돈바스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러시아의 병력 재편성을 감안할 때 현재 진행중인 평화 협상이 당분간은 체결되지 쉽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진단했다.
안드리 자고로드니우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전멸이라는 (러시아의) 군사적, 정치적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그들의 능력은 이 전략적 비전에 불일치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장기전이 야기될 수 있고, 양측이 병력과 자금, 전쟁 물자를 모을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러시아는 동부 지역 집중으로 보다 작은 전선에 화력을 집중할 수 있고, 보급로를 단축시키게 됐고, 항공 지원은 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또한 동부 지역에 배치돼 있는 우크라이나 최정예 부대 일부를 포위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도 추가 병력이나 자원을 돈바스 전선에 재편성할 수 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은 당초, 키이우와 북부 체르히니우 두 전선에서 군사 활동을 과감하게 줄이겠다는 러시아 측의 발표를 의심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긴 무장 호송대는 이들 지역에서 최근 이동을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북부 여러 마을은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했다.
러시아는 처음에 키이우를 위협하고 돈바스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병력이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키이우 인근에 소규모 병력을 잔류시키는 듯 보였다. 미 정보 당국도 키이우 주변 러시아 병력 가운데 일부가 이동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키이우를 북서쪽이나 북동쪽에서 포위하려했던 러시아군은 급속히 벨라루스 국경 쪽으로 퇴각하고 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우리 군이 그들(러시아군)을 북서쪽과 북동쪽으로 밀어내고 있다"며 "키이우 급습이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2일 정례보고를 통해 "러시아군이 수도 인근 호스토멜 공항에서도 철수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인근에서 러시아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계속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스토멜 공항은 러시아가 침공 초기부터 키이우를 점령하기 위해 지정했던 주요 군사 기지였다.
앞서 러시아는 최정예 병력 중 일부를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북부 전선으로 보냈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치열한 교전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재건과 재배치를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내 19만명의 병력 중 약 1만명이 사망했고, 수만명이 다치거나 포로로 잡혔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제4 근위전차사단은 약 220대의 T-80 탱크 중 46대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예비군을 소집하고, 징집병뿐 아니라 남오세티야와 아제르바이잔 남부 자치주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배치된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치안 유지가 주임무인 러시아 근위대 소속 병력 일부는 우크라이나 배치 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러시아 민간 군사회사인 와그너 그룹 소속 용병 1000여 명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주둔해 있다고 밝혔다. 영국 군사정보부도 와그너 그룹이 전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의 고위 지도자들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용병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다수의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평화협상이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수개월 내지 그 이상으로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협상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과 안전보장 관련 논의에서 일부 진전을 봤지만 돈바스와 크림반도 지위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맞선다.
러시아 인구는 1억4500만명으로 전쟁 전 우크라이나 인구 3700만명보다 훨씬 많다. 전쟁 장비와 병력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인 소모전에서 시간이 반드시 러시아 편인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자고로드니우크 전 장관은 WSJ에 "러시아 측의 취약한 요소는 사람이다. 그들은 많은 설비와 장비를 갖고 있다. 하지만 훈련받은 병력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개전 전 병력이 약 20만명인 우크라이나는 필요하다면 비슷한 규모의 추가 병력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전이라면 유일한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서방국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지원만 받는다면, 우리는 러시아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빠르게 붕괴되고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반란 세력으로 저항할 것이란 예상을 전제로 했다. 스팅어 지대공미사일과 재블린,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NLAW 대전차 미사일은 휴대용으로서, 우크라이나의 소규모 기동 부대가 주로 이용했다.
대신에 우크라이나는 장거리포와 탱크, 방공망, 자체 군용기, 전투형 헬기를 동원해 대규로 재래식 전투를 벌여왔다. 이들 군 자산은 서방 국가들로부터 지원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31일 열린 특별 공여 회의에서 35개 이상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장갑차와 장사정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련제 탱크를 수송할 예정이라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막바지 협상을 앞두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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