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 에너지 전쟁…러 "가스대금 루블화로"에 美 비축유 방출

바이든, 유가 폭등에 전략비축유 대규모 방출 발표

美 "러 정부·중앙은행, 루블화 가치 유지 위해 인위적 조치 시행"

 

러시아가 유럽으로 통하는 가스관을 쥐고 루블화 결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이 유가를 잡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월부터 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을 경우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자국에 제재를 취한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러시아산 가스 구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도록 의무화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가스 대금을 지불하려면 러시아 은행에 결제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서방의 제재로 폭락한 루블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림수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이런 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 정부는 이를 "갈취"라고 비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카를 네함메르 오스트리아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가스 공급 계약을 확인했다"며 가스 대금을 유로로 계속 지불할 뜻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올해 안에 러시아산 원유와 석탄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를 희망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여전히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언급하며 "현재 러시아와의 가스 공급 계약 효력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에너지업체들은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지불하는데 루블화가 아닌 유로나 달러를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날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은 유가를 잡기 위해 향후 6개월간 미국의 전략비축유(SPR)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일일 평균 100만 배럴의 석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푸틴이 전쟁을 시작하면서 시장에 기름 공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유가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번 방출 규모는 전례가 없다. 세계는 이같은 기간 동안 하루 1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적이 없다"면서 "이 기록적인 방출은 국내 (석유)생산이 증가하는 연말까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역사적인 공급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6개월 간 방출되는 총량은 1억800만 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전세계 원유 수요의 약 2배 수준이다. 또한 미국이 SPR을 이용하는 것은 지난 6개월이 시간 동안 이번이 세번째이다. 

다만, 하루 방출량은 대러 제재로 인해 시장에서 사라진 러시아의 원유 공급분 300만 배럴의 3분의 1수준이다. 러시아의 일반적으로 전세계 원유 수요의 10%를 차지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8%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동맹국에서 3000~5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 방출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는 "우리가 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이 기름값을 배럴당 몇센트 낮출 수는 있겠지만 동맹국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비축유를 방출하느냐에 따라 이번 조치의 성공이 달려있다"며 동맹국들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내 원유 시추를 늘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원유시추용 공공부지를 임대했지만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땅에는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충격을 안겨준 세계 석유시장에 상당한 양의 공급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방출은 전 세계에 석유 공급을 약 1% 증가시키는 것과 같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름값 상승 등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유가를 확실히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가가 올랐다고 해서 산유국들이 의미 있는 규모의 증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CFRA리서치의 원유 분석가인 스튜어트 글릭먼은 "석유 방출은 단기적인 가격 하락을 가져오겠지만 이는 두통에 약간의 진통제를 먹는 것과 같다. 두통의 근본 원인은 약효가 떨어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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