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김인자] 느티나무

김인자(오레곤문인협회 회원)

 

느티나무


나는 보았네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

긴 가지 하나 일부러 툭 떨어뜨리고

힘겹게 왼쪽 발 앞으로 내딛다가

그만 쿵! 넘어지는 것을


어떻게 그 긴 세월을 한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을까


나무에게도 날개가 있었겠지

다만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야만 하는 줄 알았을 게야


그리하여 발가락 끝으로 물을 찾아 빨아올리며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거친 껍질을 만들면서

그늘도 만들고, 열매도 만들고, 낙엽도 만들면서,

묵묵이 한 자리에 긴 세월을 버티고 서 있었겠지


누가 저 느티나무가 날개를 달고 싶어했을 줄 알랴

저 느티나무 날개를 찾으려다 쓰러졌다는 것을

그 누가 알랴.


<해설>

시인은 마음의 눈이 있다. 시인은 영혼의 눈으로 사물의 영혼을 읽어낸다.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나무가 날개를 찾으려 하는 마음을 본다, 그러나 그 나무는 날개를 찾지 못하고 실패함을 본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시인은 나무의 날개는 땅속 깊이 내리는 뿌리임을 성찰하고 자연이나 사람이나 신이 창조한 섭리를 수용하고 감사해야 함을 시적 모티프로 내장시켜 독자에게 교화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가, 신이 영혼의 날개까지 허락하셨으니!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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