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대금 루블화 아니면 안받아"…푸틴의 요구, 실현가능할까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비우호국의 경우 가스대금을 조만간 루블화로 결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러시아 가스를 많이 수입하는 유럽에서 공급 부족 우려가 심화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질지는 오리무중이다. 루블화 결제요구 자체가 계약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로이터가 러시아의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와 관련해 질문과 답변식으로 살펴본 것을 정리해봤다. 

◇ 이번 사태가 발생한 배경은 무엇인가?

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강력한 서방의 제재를 받아 외환보유고의 달러에 접근이 차단됐다.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유럽연합(EU)은 제재를 가했지만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거의 모든 러시아산 가스 구입 계약은 유로 혹은 미국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푸틴의 요구대로 루블로 결제가 이뤄지면 지난달 24일 폭락했던 루블의 가치가 오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던 23일 달러 대비 루블화는 9% 뛰었다. 

◇ 푸틴의 의도는 무엇인가?

러시아가 유럽에서 사용되는 가스의 40%를 공급하는데 올들어 매일 거의 2억~8억유로를 지불했다. 

유럽 기준인 네덜란드 가스가격은 유럽 각국이 루블로 결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 급등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아담 포센 대표는 루블화 결제 요구에 대해 "푸틴이 미국과 EU의 동맹을 분열시켜 우위를 점하려는 책략(gambit)"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각국이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 준다면 제재 동맹은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블화 결제 요구가 합법적인가?

일부 바이어들은 계약상 결제통화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유로화로 계속 대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 없을 것이라는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시드니공과대학의 팀 하코트 공공정책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계약은 쌍방에 의해 맺어지는 것이고 보통 결제수단은 미 달러 혹은 유로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이제부터 루블로 결제해야 한다'고 말하면 계약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루블로 결제를 해도 서방 은행들이 러시아 자산취급을 꺼리는 것도 문제다. ING은행은 "바이어가 루블로 결제할 의지가 있어도 많은 러시아 은행들이 제재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에 결제 자체가 힘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루블로 결제하려면 어떤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나?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루블화를 이체 처리할 수 있다고 불가리아 에너지부의 알렉산더 니콜로브 장관은 말했다. 그는 "기존의 계약 하에서 루블화 결제에 대한 위험은 없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태드의 클라우디오 갈림버티 수석 부사장은 "러시아가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는 새로운 계약을 요구할 가능성은 있지만 각국 정부가 중앙은행에 루블을 보유하거나 유통시장에서 루블을 매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시장 전문가인 한 은행 임원에 따르면 루블 결제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서방의 바이어가 결제 은행에 유로 혹은 달러를 이체하면 이 은행이 러시아 은행에 유로 혹은 달러 결제금을 보내 러시아 석유공사 가즈프롬에 루블로 대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이 은행 임원은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이 가스대금을 지불하기 위한 루블 수요를 충족할 만한 유동성을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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