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인생이란 이별연습입니다
- 21-03-07
최인근 목사(시애틀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인생이란 이별연습입니다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쓴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여사는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상실감’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 버리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을 했을 때 가장 고통이 극심하고 그 고통은 삶의 의지를 잃어버릴 만큼 공허하다고 하였습니다. 백 번 공감하는 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저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와 공부하기 위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형제를 떠나 생활했는데 그때의 그 외롭고 허전함이란 평생을 두고도 잊지 못할 아픔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든 부모형제를 떠나 외로운 타향과 타국에서 살다 보니 가슴이 거의 텅 비워버린 듯한 허전함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야곱은 그 어린 나이에 부모 형제를 떠나 머나먼 타향으로 가야만 했으니, 그리고 남의 집 종으로 살아가야 했으니 그 외로움과 아픔이 오죽하였겠습니까? 그리고 그 어린 아들을 멀리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의 아픔은 또 오죽하였겠습니까?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도 씻을 수 없는 큰 아픔을 부모도 자식도 가슴으로 겪어야만 하였는지, 그 이유부터 살펴보고 그러한 그들을 하나님은 또 어떻게 케어하셨는지 살펴보면서 우리 인생여정의 아픔과 축복을 하나님과 결부시켜 그 해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었던 다윗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온 몸으로 겪어 나오며 단 한 마디의 말씀을 남겨두었습니다. “여호와를 기대하라!”(시편37:9)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인생은 외롭고 고독한 먼 여정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나 둘 모두가 다 떠나가는 비참한 아픔을 겪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때의 인간은 사랑이 식어지고 무정하여지며 부모를 거역하고 오로지 돈만 사랑하며 철저하게 자기의 유익만을 추구하는 기계적인 존재로 변해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어느 경험자의 고백이 아니라 어느 학자의 학설이 아니라 2,000년 동안 변함없이 진리로 읽혀지고 있는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모두가 우리 곁을 떠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늙어가고 우리들에게 줄 수 있는 풍성한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도 애지중지 키워 놓았던 자식들도 떠나가고 평생을 고생하며 함께 했던 배우자도 떠나갑니다.
급기야 우정이라 믿었던 친구들도 떠나가고 함께 사업을 키워 나왔던 종업원들도 떠나갑니다. 그러다가 종래에는 우리 자신이 그 모든 사람들을 떠나가게 됩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그렇게 화려하게 젊은 날을 장식했던 순간들도 있었는데, 그래서 한 때는 인기도 있었고 찾는 사람들도 많았고 사회와 단체에서 이름도 날렸는데 인생 마지막에 아무도 아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양로원에서 외롭게 죽어가고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면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오늘 나의 일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과연 이 엄정한 사실 앞에 아니라고 강변할 자 누구이겠습니까? 앞서 말씀 드렸던 창세기의 주인공 야곱은 그렇게 외롭고 험한 타향으로 그 어린 나이에 도망가다시피 떠났지만 놀랍게도 그는 바로 그 타향에서 한 밑천을 만들고 의기양양하게 금의환향(錦衣還鄕)하게 됩니다.
열 두 명의 아들들과 엄청난 재물을 거느린 채 말입니다. 그와 같은 야곱을 바라보면서 인생 말년의 허무한 고독에 사로잡히지 않을 방도를 찾아보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야곱이 하나님을 가슴으로 만나지 못했을 때는 형에게 팥죽 한 그릇도 대접하지 못하고 장자권과 바꾸는 거래를 하였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형이 받아야 할 축복을 가로채고 그 형이 분노하여 죽이려고 하니 타향인 하란의 외삼촌댁으로 도망갔던 것입니다.
그러했던 그가 하나님을 가슴으로 만나고 나서 그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니 그는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인생 성공자가 되어 돌아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성공했던, 실패했던 모든 사람들을 떠나야 하는 마지막 순간을 맞아야 합니다. 바로 그때 그 먼 길을 어떻게 혼자 갈 수가 있겠습니까? 김광석이 부른 ‘어느 60대 부부의 이야기’처럼 상상만 해도 두렵고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모신 자는 결코 그렇게 두렵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장례식장까지만 왔다가 돌아가지만 나머지 천국 가는 길목을 사랑과 자비가 한이 없는 예수님께서 함께 동행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떠나가는 쓸쓸한 인생 여정에 이처럼 고귀한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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