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 대사 초치 "양국 단절 위기"…젤렌스키는 러 '최후 통첩' 거부
- 22-03-22
러 군, 키이우 쇼핑센터 포격 등 공격 계속…긴장 고조
EU 내 러 원유 금산조치 지지 확산
러시아가 21일(현지시간) 주러 미국 대사를 초치하며 양국 관계가 단절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최후 통첩'을 거부하며 긴장은 더욱 고조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내 쇼핑센터를 포격해 최소 8명이 사망하는 등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유럽연합(EU) 내에서는 그동안 꺼리던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를 지지하는 회원국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보도가 나왔다.
◇ 러, 미 대사 초치 "바이든, 푸틴에 '용납 못할 발언'에 항의"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존 설리번 주러 미국 대사를 소환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초치된 존 설리번 주러 미국 대사에게 푸틴 대통령에 대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용납할 수 없는 발언과 관련 항의 노트(외교 공한)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정상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며 이것이 양국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문제를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미국에 대해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진전된 첩보"를 언급하면서 민간 기업들에게 즉각 사이버 방어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젤렌스키, 러 '최후 통첩 거부'…"러와 협상안 국민투표 통해 결정할 것"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최후 통첩'에 대해 재차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지역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리가 하르키우와 마리우폴, 수도 키이우를 넘기기를 원하지만 대통령으로서 나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하일 미진체프 러시아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모스크바 시간으로 21일 새벽 5시(한국시간 오전 11시)까지 시간을 주겠다며 "우크라이나군은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이 항복할 경우 도시 동쪽과 서쪽에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민간인 대피 통로를 열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러시아의 제안을 일축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공영 방송사 수스필네와의 인터뷰에서 나토 가입을 포함해 러시아와의 협상안과 관련한 모든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국민투표에서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은 크림반도 문제를 포함해 러시아 군이 점령한 영토나 나토 가입을 대신해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안보 보장과 관련된 것들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러, 키이우 내 쇼핑센터 포격 등 공격 계속…민간인 사망자 900명 넘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러시아의 공격은 계속됐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군이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쇼핑센터를 고정밀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쇼핑센터는 로켓탄을 보관하고 여러 개의 로켓포를 배치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 기지로 이용됐다"며 공격 이유를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해당 공격으로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올렉산드르 스타루흐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주지사는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러시아의 공격으로 버스에 타고 있던 4명의 아이들이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러시아군을 비난했다.
한편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민간인 사망자도 900명을 넘어섰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 자정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925명이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 75명의 어린이가 포함됐다.
◇EU 러 원유금수 지지 확산…'나토·EU 정상회의 참석' 바이든, 해당 사안 논의
러시아가 공격을 멈추지 않자 유럽연합(EU) 내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를 지지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슬로베니아, 체고, 아일랜드 등이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를 선택지 중 하나로 논의해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초 해당 제재 조치가 처음 언급됐을 당시 폴란드와 일부 발트해 국가만 지지 입장을 보인 것과 비교해 현재 EU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당장 EU가 금수 조치를 발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러시아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EU가 며칠 전만해도 이에 대한 언급조차 꺼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해당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EU가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를 해야 한다.
현재 러시아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헝가리는 이 조치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EU는 천연가스의 40%와 원유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특히 독일은 가스 수요의 약 55%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왔다.
다만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 원유 금수 반대 입장이 바뀔 수 없는 원칙은 아니라고 밝히며 결단을 내릴 가능성에 대해 열어논 상태다.
유럽내 해당 조치에 대한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4일 유럽으로 떠나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EU,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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