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지원시 대가 치를 것" vs 시진핑 "美·나토, 러와 대화해야"
- 22-03-19
美·中 정상, 러 우크라 침공 이후 첫 화상통화…110분간 진행
우크라·대만 문제 놓고 설전…北 문제 논의 여부 확인 안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미 동부시간 기준) 1시간50분간 화상통화를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비롯해 양국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과 대만 문제 등을 놓고선 사실상 거친 설전을 벌였다. .
백악관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전 9시3분부터 10시53분까지 110분간 화상통화를 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두 정상간 대화가 "직접적이고 실질적이며 상세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 정상간 대화는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4번째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는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첫 화상 정상회담 이후 4개월만에 이뤄졌다. 지난해 2월과 9월에 양 정상은 각각 2시간과 1시간30분씩 전화통화를 가진 바 있다.
지난달 24일 이뤄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주차에 접어든 이날 양 정상이 통화를 가진 만큼 두 정상의 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최근 일부 외신이 '러시아가 중국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그간 친러 성향을 보여온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시 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할 경우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고위당국자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백악관도 통화 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의 견해를 개략적으로 설명했고, 러시아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포함해 침공을 예방하고 대응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도시와 민간인을 상대로 잔인한 공격을 감행하는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그 영향과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앞으로 며칠, 몇 주 동안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4일 유럽 순방 때 러시아와 협력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의 외교적 해결을 대한 지지의 뜻도 밝혔다.
이에 맞서 시 주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하루라도 빨리 종식돼야 한다"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배후 요인'과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쌍방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안보 요구를 미국과 나토가 존중하지 않아 전쟁을 개시할 수밖에 없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을 에둘러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어 "각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화와 담판을 해서 결과를 내고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인 제재로 고통받는 것은 역시 인민들"이라며 "더 심해지면 글로벌 무역·금융·에너지·식량·산업망·공급망 등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설상가상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미국이 경고한 대(對)중국 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또 대화와 담판을 해서 민간인의 인명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고 조기에 정전을 이루는 것이 급선무라며 "우크라이나 위기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 관계는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경으로 가선 안 되며, 국가 간의 대항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평화와 안보는 국제사회가 가장 중시해야 할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시 주석은 "미국 일부 인사들이 대만의 독립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대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중미 관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 측이 (이 문제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미 관계가 현 국면을 맞은 것은 미국 측 일부 인사들이 우리 두 사람의 달성한 중요한 공감대를 실천하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긍정적인 입장 표명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측은 중국 측의 전략적 의도를 오독하고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우리는 중미 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발전하도록 이끌어야 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책임을 다함으로써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통화를 앞두고 항공모함 산둥호를 대만해협에 통과시키며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고, 미국은 현 상황에 대한 어떤 일방적인 변화에 대해 계속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굳건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과의 '신냉전', 중국의 체제변화, 동맹 강화를 통한 반중,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하고 싶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중앙(CC)TV는 보도했다.
양 정상은 양국간 경쟁을 관리하기 위해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고, 중요한 시기인 만큼 양국 실무진에게 이번 통화에 대한 후속 대화를 이어갈 것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양 정상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논의를 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양 정상이 북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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