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통제 걸리자 '러시아 제재' 부랴부랴 동참…동맹·실익 놓친 韓

정부, 이번 주 美 고위층과 FDPR 면제 협의 등 최종 협상 '총력'

 

정부가 전날(28일) 전략물자 수출 차단과 현지 금융기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동참 등 대(對) 러시아 제재를 결정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5일째만에 이뤄진 발표로, 미국의 동맹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수출통제'에 걸리자 부랴부랴 제재에 동참한 모양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중으로 대러 수출통제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협의를 집중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이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발효하면서 적용 대상 국가에 한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FDPR은 제3국이 미국산 기술과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때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수출통제 조치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Δ반도체 Δ정보통신기술(ICT) Δ센서·레이저 Δ해양 Δ항공우주 등 7개 분야에 관한 57개 세부 기술에 FDPR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컴퓨터, ICT 분야의 우리 기업들도 수출 통제 영향권에 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 중 어디에 해당되는 지에 따라 미국의 규제 강도가 달라지는 만큼, 일부 산업의 경우는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모든 전자기기의 핵심부품인 반도체에 대한 FDPR 적용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가전, 스마트폰, 자동차 등 반도체가 들어간 완제품 소비재는 일반 소비재로 분류돼 수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이를 수입해 군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물자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동맹국 중 유일하게 한국이 이름을 올리면서 동맹과 실익을 모두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날 정부도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차단을 발표했지만, 이미 한 발 늦은 '뒷북' 제재라는 지적이다.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한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미국의 FDPR적용 '면제'를 받았다.  

정부는 우선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최종 협상을 벌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와 유사한 수준으로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방안을 발표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FDPR 면제국 대상에 한국을 포함해 줄 것을 중점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앞서 외교부는 수출통제에 대한 우리 측의 결정 사항을 미국에 외교 채널로 통보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와도 직접 만나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멕시코 출장 중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미국으로 넘어가 미 측 고위관계자와 관련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정부의 대러 제재가 뒷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한반도 평화 문제를 비롯한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너무 이른 시기의 제재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었나(라고) 본다. 러시아는 우리한테 중요한 나라"라며 "우리가 먼저 앞장서서 러시아를 제재하고 나섰으면 그것대로 비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로선 러시아와 관계가 남북러 협력도 바라지만 6자회담 참가국이기도 하고, 러시아가 북한과 긴밀한 관계니 이를 활용해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자 이런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가 조금 늦었으니 미국이 일단은 (FDPR 적용 면제에서) 배제해 놨는데, 우리가 동참하고 나왔으니 2차적으로 풀어줄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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