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민들도 제재에 직격탄…루블화 폭락에 달러·아이폰 사재기

증권거래소 1주일 폐쇄…해외송금 금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해 초고강도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일반 러시아 국민도 우크라이나 침공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루블화 붕괴로 미국 달러를 사려는 이들로 은행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소비가전을 미리 사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멈출 기미가 없다. 푸틴 대통령은 고위 관리들과 경제관련 비상 회의를 마치고 서방을 '거짓의 제국'이라고 재차 비난했다. 푸틴의 주요 지지층인 공무원과 노년층 역시 소비에트연방의 붕괴 경험을 회상하며 전쟁을 지지, 막대한 경제적 피해에 무심한 듯한 분위기다.

◇루블화 구매력 '추풍낙엽'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러시아 현지 르포기사를 종합해보면 하루 아침에 루블화 환율(가치와 반대)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현지의 러시아인들도 강력한 서방 제재를 체감했다.

모스크바 소재 한 은행 점포 앞의 긴 줄에 대기중이던 알렉세이 프레스냐코브(32세)는 가디언에 "어제 1달러를 80루블이면 샀는데 오늘은 100루블, 150루블에 달한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환전소에서 1달러는 110루블이 넘어 1주일 전의 80루블 수준에서 환율이 크게 치솟았다.

프레스냐코브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달러 인출이 가능하다는 공고를 보고 이 곳을 찾았지만 몇 분안에 달러가 동났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에서 인기있는 전자매장 ' M 비디오'의 한 직원은 아이폰의 루블화 가격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며 "지금 사둔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반 페로브(28세)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격화하면 징집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 정부는 완전히 미쳤다고 알아차렸다"고 NYT에 말했다. 엔니지어로 일하는 페로브는 "루블화로 돈을 버는 것은 완전히 의미가 없다"며 서방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을 목표한다고 전했다.

증권거래소 1주일 폐쇄…해외송금 금지

이날 러시아 크렘린궁은 서방 제재로 인해 "변화한 경제현실"을 마주했다고 밝히며 잇단 대응에 나섰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는 3월 5일까지 거래 중단을 발표했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하루 아침에 10%포인트(p) 높였다.

러시아 최대 에너지 업체 가즈프롬과 로스네프트를 포함한 수출 기업들이 올들어 벌어 들인 달러 매출의 80%를 루블로 전환할 것을 명령했다. 일반 러시아인들은 해외 계좌로 돈을 예치하는 것도 금지됐다.

푸틴 대통령의 지난 20년 집권 기간 동안 러시아는 자본주의와 세계화를 흡수했다. 덕분에 값싼 항공좌석부터 지불가능한 수준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수입 가전과 자동차까지 수 많은 경제적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 이러한 현대사회의 혜택이 러시아에서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이 러시아 전역을 휘감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전방위적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더해져 푸틴 대통령이 핵위협까지 가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 연금수령자와 공무원

하지만 러시아의 일반 국민이 완전히 금융 공포에 휩싸인 것 같지는 않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번 제재로 더 많은 러시아인들이 전쟁을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일지 아니면 아예 서방에 대한 반감만 높일 지는 불분명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부분 러시아를 떠난 적이 거의 없는 국가안보 관리들의 보호와 지지를 받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고령의 연금수령자들과 공무원들은 민감의 금융 변동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다.

모스크바의 한 식료품 가게에서 쇼핑중이던 발렌티나 페트로바(85세)는 양성자 우주로켓 관련해 일했다며 경제 문제에 당황하지 않는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모든 것을 바르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부모 세대도 전쟁을 지지했다. 우리 부모세대는 다른 러시아의 위기에도 살아 남았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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