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푸틴, 서방 제재 압박·경고에도 우크라 침공 강행했다

한때 서방과 '대화·외교' 제스처 보였지만…착착 준비해온 시간표 있었는지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2022년 2월 24일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 결국 전 세계가 우려하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했다. 

미국 등 서방이 작년 11월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이례적 움직임을 포착하고 첫 경고음을 울린 지 석달여 만이다.

앞서 미 군·정보당국은 작년 10월 우크라이나 동부(러시아 서부) 접경 인근에서 자파드 군사훈련을 마친 러시아 지상군 약 10만 병력이 본진으로 복귀하지 않자 이를 주시, 이례적 움직임을 포착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가 그해 11월 28일 "러시아가 신년 1~2월 중 약 9만 2000 병력을 동원해 침공해올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때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동유럽 병력을 증강하는 한편, 2년여 만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러시아 평의회까지 재개해가며 협상을 진행해왔다.

마침 이날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중립국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간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고 의제를 조율하기로 예정했던 날이기도 하다.

어렵게 성사됐던 두 장관의 2차 대면은 이틀 전 러시아가 자의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루한스크 반군 점령지 독립 인정 및 자국 군대 주둔을 공식화하면서 전격 취소됐다. 두 장관의 만남은 물론 미·러 정상회담 역시 우크라이나 불가침을 전제로 원칙적 합의된 바 있다.

미국 시간으로 23일 밤 10시를 전후해 푸틴 대통령의 공격 개시 명령 소식이 전해진 무렵 뉴욕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추가 침공을 억지할 대러 제재가 논의되는 자리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 모든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결국 '자기 시간표대로' 침공을 강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할 생각은 없다"며 동부 돈바스 지역에 약속한 '평화유지군'만 보낸다고 밝혔지만, 미국 CNN 등에서는 수도 키예프와 서부 르비프 등지에서도 폭발음이 들리거나 공급 사이렌이 울렸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화와 외교 의지가 있다"고 말해온 푸틴 대통령이 사실은 착착 이날을 준비해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줄곧 침공 의도를 부인해왔지만, 미 당국이 입수해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한 러군 첩보를 크게 비껴가지 않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서방은 전날 러시아 국책은행 2곳 및 자회사 수십 곳, 푸틴 대통령 측근 인사 등에 대한 금융 제재 및 러시아 국채 거래 중단 등을 발표한 뒤, 수출통제와 국제은행간거래시스템 스위프트 차단 등의 보다 강력한 경제제재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간 전쟁을 준비하면서 서방의 제재를 견뎌낼 준비도 해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기준 6350억 달러(약 763조 원)로, 역대 최대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BBC 피진 등은 보도했다.

국가 전체 경제 규모 3분의 1에 맞먹는 수준으로, 중국과 일본, 스위스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듬해부터 석유·가스 수익을 쌓아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번 침공의 '빌미'가 된 러시아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 분쟁은 2014년 크림 사태 이후 시작돼 8년간 이어졌다. 러시아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친러세력에게 재정지원은 물론 무기도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자국 여권도 발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방의 강력한 대러 제재가 예상되면서 러시아 루블화는 6% 급락,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지금의 외환보유고면 러시아 루블화 가치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정부 지출을 줄여 전체 부채를 외환보유고의 3분의 2 이하로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미 컬럼비아대 경제사학자 아담 토즈는 "이것은 푸틴에게 전략적 책동의 자유를 주는 것"이라며 "강력한 재정 균형은 푸틴이 1998년 러시아가 겪었던 포괄적 재정·정치 위기를 결코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현재 각국 통화 보유량 중 달러 비율은 16%로 줄이고, 유로와 중국 위안화, 금 등으로 대체했다. 이는 소위 '탈(脫) 달러화(디-달러라이제이션) 조치로, 달러 기반 거래를 차단해 러시아 경제를 옥죌 미국의 통제력을 감소시킨다고 WSJ는 전했다.

작년 11월부터 이날 침공이 있기 직전까지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국경, 동부 국경, 남부 크림반도 흑해·아조프해에 집결시킨 병력 규모는 지상군 총 35만(추산) 중 약 19만~20만 명, 재래식 병력의 약 75~80% 이상이라고 서방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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