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우크라 침공"으로 규정…서방, 강력 제재 착수

준비했던 제재 패키지 풀기 시작한 美·유럽…노르트스트림2 중단도 현실화

물건너간 '바이든-푸틴' 직접 담판…러 다음 행보에 공 넘기며 '압박' 응수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자국군대 주둔을 공식화한 것을 '침공(invasion)'으로 규정하고, 대러 제재 공세에 착수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립 인정 법령 및 친러 반군 분리주의 지도자들과 상호 방위·우호 협정을 맺은 직후까지만 해도 서방 당국은 이를 '침공'으로 볼 것인지 다소 애매한 반응을 보였는데, 단호하게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침공은 아니지 않나"→"침공 시작"…입장 정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영토)의 큰 부분을 잘라내고 있다"며 "그(푸틴)는 무력으로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근거를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의 시작'"이라며 "이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 언론에서는 러시아의 이번 결정을 미 행정부가 침공으로 보고 있는지 아닌지가 논란이 됐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은 2014년부터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 사실상 주둔해왔다"며 침공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 '그러면 러시아가 돈바스까지만 들어가면 침공이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왔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행정부 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 아닌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보도했고, 폴리티코는 "푸틴이 돈바스에 군대를 보낸다는데 백악관은 침공이란 단어를 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유럽 지도자들 역시 침공이란 단어보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훼손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을 주로 썼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침공할 구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보건장관이지만 유명 정치인인 사지드 자비드 장관은 이날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를 공격하기로 결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방이 단어 사용에 신중했던 데에는, 침공으로 규정 시 예고했던 대러 제재를 당장 부과해야 하는데, 이 경우 러시아군이 돈바스를 넘어 더욱 광범위한 지역까지 들어가는 '명백한 침공'을 억지할 수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방은 검토 끝에 러시아의 행보를 침공으로 판단하고, 제재에 착수했다.

◇대러 제재 총공세…獨, 노르트스트림2 중단 결정

침공이란 단어를 꺼내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 "2014년 시행했던 제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 재무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국방 부문 자금 조달을 담당하는 프롬스비아즈은행(PSB) 및 이들의 자회사 42곳 제재를 발표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러시아 국가 부채에 대해 포괄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서방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더 이상 할 수 없고, 미국 시장이나 유럽 시장에서도 새로운 국채를 거래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도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외교장관 긴급회의를 열고, 러시아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금지 제재를 결정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모든 회원국 만장일치로 대러 제재 패키지 채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 은행 5곳과 개인 3명에 대해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등의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PSB는 물론 흑해은행과 로시야 은행 등 및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기업인 겐나디 팀첸코 등 초부유층 자산가가 포함됐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무엇보다 독일이 대러 제재 '핵심 카드'였던 노르트스트림2 중단으로 동참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1207㎞ 해저 가스관으로, 개통 시 연간 550억 입방미터의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실어나를 예정이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경제부에 지시해 인증 절차를 아예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BBC 인터뷰에서 "서방의 새 제재는 불법"이라며 "제재는 우리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서방의 유일한 도구라는 것을 오랫동안 이해해왔다"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유튜브에서도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서방의 제재와 비난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착각"이라며 "서방의 제재에는 근거도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미·러 외교장관회담 전격 취소…좁아지는 외교의 문

긴장 고조 속 오는 24일 예정한 미·러 외교장관 회담은 새 돌파구를 마련할 실낱같은 희망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취소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돼 회담이 무의미하다"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측에 '취소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전날 자하로바 대변인은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외교장관 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두 장관의 회담 의제는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제 조율이었던 만큼, 이번 회담 결렬은 두 정상간 직접 담판이 일단 물 건너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시점에서 우리는 양국간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담의 전제 조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가침이었던 만큼, 러시아의 최근 행보를 침공으로 규정한 이상 회담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 말미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시간이 아직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여전히 외교에 열려 있고, 외교가 여전히 가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써 러시아를 판단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다음에 무엇을 하든 간에 우리는 단결과 명확성, 확신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에서도 원한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간 직접 담판이 가능할지 여부가 앞으로 러시아의 행보에 달려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