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다음 행보는 우크라 전면전?…일각선 '하이브리드전' 관측도

전면전·동부 병합 '국지전'…최대 압박 속 '외교적 해법'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인정 법령 및 반군 지도자들과의 상호 방위·우호 협정에 서명하면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주둔에 대해 '자의적이지만'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에 앞으로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부 진입을 통한 전면전 개시에 더불어, △2014년 크림반도 사태와 유사한 방식의 도네츠크·루한스크 병합이나 △2008년 조지아 남오세티아·압하지아 분리 같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물론, △외교적 해법 역시 아직은 남아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동부 병력 파견 등으로 전개되는 '하이브리드전(戰)'의 마지막 라운드는 서방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외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선제공격 위한 명분쌓기"…전면전 노리나

미국과 유럽 서방 당국자들은 이번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승인 법령 서명이 러시아군을 추가 파병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함이며, 잠재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더 광범위한 공격을 가하기 위한 구실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를 '포템킨 정치'로 표현, "푸틴 대통령은 그가 만든 대립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템킨 정치란 1787년 크림반도를 사찰하고자 나선 러시아 여제를 눈속임하기 위해 가짜 마을을 조성해 낙후된 크림반도의 상황을 감춘 그레고리 포템킨 당시 총독에서 유래된 말로, '계략'을 가리키는 용어다.

사안에 정통한 다른 미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이르면 화요일 저녁(현지시간으로 22일) 돈바스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추측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반군 지도자들이 맺은 협정은 서명 즉시 발효됐다.

유럽 당국자는 "이것은 침략"이며 "추가 침공에 대비해 우리가 그간 경고한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신뢰도는 심각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2008년 조지아·2014년 크림반도 '데자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의 시작은 2014년 크림반도 사태로 거슬러올라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마이단 혁명이 일어나자 이에 개입한다는 명목으로 병력을 파견, 주민투표를 열고 찬성 우세로 손쉽게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병합을 원치 않는 주민들은 투표 자체를 보이콧한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으로 흑해함대 본부를 되찾았다. 이와 함께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 분쟁의 씨앗을 남겼다. 이런 영토 분쟁이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고, 향후 크림반도 같은 방식의 병합을 가능케하는 카드였다.  

러·우·독·프 4개국이 맺은 민스크 협정이 무색하게 돈바스 분쟁이 계속된 지난 8년간 1만5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서방은 러시아가 분리주의 세력에게 재정 지원 외에 무기 공급까지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주민들에게 자국 여권도 발급해왔다.

2008년 조지아 전쟁 때도 러시아는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해 조지아 정부군을 물리치는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그렇게 조지아를 두 동강낸 뒤 아제르바이잔에서 터키로 이어지는 석유가스관을 장악해 정치경제시스템을 무력화, 조지아 정부로부터 두 지역 독립 인정을 이끌어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압박 수위 높인 푸틴, 진짜 전쟁은 앞으로의 '외교전'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마이클 오언 전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을 '치킨 게임'에 빗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과 옛 바르샤바조약기구(WARCA) 국가에서 나토의 미사일을 제거할 것을 서방에 요구해왔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병력을 배치하며 압박하는 동안, 서방은 나토의 동진을 강화해왔다.  

오언 전 대사는 "푸틴의 행보는 판돈을 더 높인 것뿐"이라며 "양측 모두 벗어날 여지가 있지만, 계산 착오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외교적 해법이 아직 남아 있지만, 해결할 문제가 더 복잡해진 것이다.

즈비 마젠 국가안보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지금까지 러시아에 약속해준 게 없다는 데 기대를 걸었다. 그는 "러시아가 최소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대러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봤다.

 

미 국토안보부에서 부차관보를 지낸 토마스 워윅은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4파트의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라며 "푸틴의 목표는 도네츠크·루한스크로의 병력 이동이라는 '전술적 행동'이 아닌,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한 '전략적 승리'"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푸틴이 전개하는 하이브리드전의 다음 라운드는 진짜 침공 없이도 우크라이나와 서방으로부터 진정한 양보를 얻어내는 외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정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간 대면 회담은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알아보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두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직접 담판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돼왔는데,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여기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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