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 30년 후퇴 끝났다"…전세계 집중케한 푸틴의 '군대 외교'

푸틴 외교 장기말 '100만 대군'…시리아·크림반도·우크라 다 통했다

한때 체첸 내전도 버거웠던 러시아군, 지금은 몰라보게 현대화

 

약 100만명의 상비군과 최첨단 무기를 보유한 러시아군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군대 중 하나다.

AF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현대화된 러시아 군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에서 핵심 도구가 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이 협상력을 얻기 위해 핵 및 미사일로 무력 시위를 한다면, 러시아는 병력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특정 지역에 긴장감을 조성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2014년 크림반도, 2015년 시리아에서도 먹혔으며, 현재는 우크라이나에서도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철수 발표헀지만…여전히 15만명 우크라 3면 포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현재 러시아 군 15만 명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 인근에서 우크라이나를 포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러시아는 일부 군사훈련 종료에 따라 이 지역의 일부 병력을 철수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검증된 사실이 아니며, 러시아의 침공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대적으로 소수(relatively small number)의 병력이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다"며 "대규모 훈련은 전선 곳곳에서 진행중"이라고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병력이 오히려 증강된 곳도 확인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관리들은 전날 이미 국경에 집결해 있는 러시아 100개 대대 외에 14개 대대가 각각 8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우크라이나로 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핵밖에 없던 러시아, 군사강국으로 탈바꿈

미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신통치 않았던 러시아의 군사력이 최근 몇 년간 급속히 현대화되면서 러시아의 외교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이 될 때만 해도 러시아 군대는 별 힘 없이 핵무기만 보유한 군대였고, 체첸 내전에서도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 접경지의 러시아군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도 수많은 탱크와 로켓포 등을 실어나르는 기차 등이 눈에 띈다. 벨라루스와의 합동훈련에서는 S-400 지대공 미사일과 판시르-S 방공시스템 등 정교한 무기로 무력을 과시했다.

AFP는 이런 일련의 무력 과시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 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유지하는 데 한몫했다고 전했다.

전쟁터뿐 아니라 외교 무대에서도 이런 전략은 유효했다.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의 평화 유지, 지난달 카자흐스탄 내 반정부 시위 개입 등을 거쳐 푸틴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서 군대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우크라이나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대규모 병력 집결을 통해 미국과 나토 등 서방이 러시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만들었다.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드미트리 트레닌 소장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더 이상 옛 소련의 영토로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30년 전에 시작했던 '지정학적 후퇴'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군대, 좋은 외교수단이지만 러시아에는 카드 별로 없어"

러시아는 군대를 통해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넓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바실리 카신 러시아 고등경제학원 선임연구원은 "군대는 영향력을 행사할 중요한 수단이지만,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병력을 어딘가에 집중시키면 (상대방은)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막대한 에너지 자원, 이를테면 가스관 등을 지정학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거듭 비난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 자원은 러시아의 얼마 안 되는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만큼 이를 장기간 지렛대로 쓰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러시아의 군사 현대화 작업이 낳은 대가다. 러시아는 그동안 주요 경제를 다각화하고 주요 인프라를 다시 구축할 수 있었지만 많은 자원들을 군 현대화에 투입하면서 여러 기회를 놓쳤다.

AFP는 러시아군이 아무리 인상적이더라도 미국의 전쟁기계(war machine)와 경쟁하기엔 무리가 있으며, 마침내 전쟁이 발발하면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카신 연구원은 "러시아군은 당분간 유럽에 있는 나토군에 대항할 능력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재래식 무기 측면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에 비해 상당히 우위에 있다"며 "유럽에서 나토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이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 핵전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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