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일부 철군에 외교 돌파구 '기대감'…긴장감 해소는 '아직'

러, 일부 병력 출군에도 美 "러 우크라 침공 가능성 여전"

NYT "소수 병력만 복귀"…핵심 지역엔 병력 증강 포착

 

러시아가 '16일 침공설'을 일축하듯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시키겠다며 밝혔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은 서방과의 대화를 재개할 용의도 있다고 밝히자 이를 지켜본 관련국 지도자들은 "대화의 길이 열렸다"고 환영하면서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16일 로이터·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을 종합하면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남·서부 군관구 부대들은 임무를 마치고 오늘(15일) 군 주둔지로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우크라 인근 병력에 일부 철수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들 병력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배치됐었는지 원주둔지는 어디인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일 복수의 미 관리를 인용, 러시아가 오는 16일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인 군사 작전 개시일로 검토하고 있다는 첩보를 미 당국이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 푸틴 "일부 철군 결정"…우크라 나토 가입 불가 방침은 여전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철수 결정이 내려졌다고 시인하면서 서방에 제안한 안전보장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제는 지금 해결하길 원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가입하진 않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긴 했지만, 이것이 충분한 보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난해 10월 우크라 국경 지대에서 군사훈련을 마친 러시아 병력이 본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러시아 지상군 총 35만(추산) 병력 가운데 13~15만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서방과 우크라 당국은 관측했다.

우크라 동부 국경에 더해 러시아가 우크라 북부에서는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훈련을, 남부 크림반도와 흑해·아조프해에서는 해상 훈련을 전개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육해상 3면에서 침공 위협을 받는 양상이다.

러시아는 서방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나토 병력의 동유럽 전개를 1990년대 중반으로 되돌리는 취지의 확약을 요구하는 안전보장 제안을 지난해 12월 서면으로 전달했고, 미국과 나토로부터 입장문을 받았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반응과 관련해 대응 준비가 막바지에 있다고 알렸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미 이 질문에 답을 내렸다"며 "조만간 대응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 러 철군 소식에 주요국 "대화의 길 열렸다" 환영…일각선 신중론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일부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후 서방은 러시아의 긴장 완화 노력을 환영하면서도 신중론을 펼쳤다.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일부 병력이 철수한다는 소식은 좋은 신호"라며 "유럽의 지속 가능한 안보는 러시아를 등지고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정말로 철수한다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 우리가 계속 대화할 수 있고 외교의 길이 열려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러시아군의 철군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의 철군이 진짜인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우리는 들은 것을 믿지 않고, 보이는 것을 믿어야 한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철수를 보게 되면 믿겠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본부에서 회원국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의 외교 의사는 낙관적"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긴장 완화의 신호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대적으로 소수(relatively small number)의 병력이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다"며 "대규모 훈련은 전선 곳곳에서 진행중"이라고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 바이든 "러 우크라 침공 가능성 여전…유사시 엄청난 경제적 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러시아 부대의 복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침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배치됐던 러시아 병력 일부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에도 '철군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크다"며 "미국과 나토는 무슨 일이 벌어지든 대비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 침공에 나설 경우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맹은 어느때보다 강하다"며 "유사시 미국과 동맹은 강력한 제재, 수출 통제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가 성공할 수 있든 모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러시아가 서방에 제안안 안전보장 협상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진짜 방법이 있다"며 "미국은 러시아에 새로운 군비통제 등의 조치를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우크라 국방부·은행 웹, '러 소행 추정' 사이버 공격받아

철군 발표가 나온지 불과 몇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정보안보센터는 자국 국방부와 은행 2곳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면서 러시아 소행일 것으로 추측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각 사이트는 디도스(DDoS)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디도스 공격은 사이트를 마비시키기 위해 '서비스 거부(DoS)'를 유발하는 해킹 기법이다.

센터는 성명에서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공격 계획이 대규모로는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격자가 작고 더러운 트릭을 사용했을 수 있다"며 넌지시 러시아를 그 배후로 지목했다.

이날 공격을 받은 은행 중 한 곳인 오샤드뱅크는 사이버 공격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일부 시스템 속도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인 프리바트뱅크도 이용자들이 결제와 은행 앱 사용에 문제를 호소했다고 전했지만, 은행 측은 관련해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러 의회,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공화국 공식 인정 결의안 논의


또한 러시아 의회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도네츠크공화국'과 '루한스크공화국'을 독립국가로 공식 인정할 것을 푸틴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투표 결과가 집계 중인 가운데, 만일 결의가 받아 들여질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 동부 장악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시민을 살해한다면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부 지역 갈등이 전쟁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민스크 협정 진전을 통해 돈바스 위기를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지만, 협정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이견이 아직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는 2014년 러시아어를 많이 사용하는 지역에서 분리주의 갈등을 조장한 후 비밀리에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해 우크라이나 통제로부터 두 지역을 차단시켜 버렸다. 격렬한 전투는 다음해인 2015년 평화협정으로 중단됐지만,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여전히 대치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OSCE 중재 및 독일, 프랑스의 지지를 받아 민스크 협정을 맺고 교전 중단을 시도했지만, 이후에도 계속된 충돌로 해당 지역에서는 지난 8년간 1만5000명가량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돈바스 지역 독립을 우려해 온 우크라이나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관련 옵서버 역할을 해온 유럽 안보협력기구(OSCE)에 러시아와의 3자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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