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포커스]신냉전 최전선 우크라…러 해군력 집결에 일촉즉발 전운
- 22-02-12
러, 흑해에 최고 규모 함대 배치…우크라 남부 새로운 전선 형성
러, 대규모 해상 훈련으로 우크라 넘어 전세계 영향력 확대 목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부와 동부 국경에 육군 병력을 집결시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해상으로도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와 지중해에 러시아 해군 전력을 집결시키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이에 대응 하기 위해 함대를 파견하면서 '냉전 이후' 최고 수준의 병력이 이 지역에서 대립하게 됐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서방 국가들은 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압박에 있어 육군 병력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경계태세를 강화해왔다. 러시아는 이날부터 10일간 벨라루스에서 합동 훈련을 시작했고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 10만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켰다.
그러나 러시아의 최근 해상 움직임으로 우크라이나 남부에도 새로운 전선이 생기고 미국과 나토군의 훈련이 겹치면서 해상에서의 양측간 긴장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2020년까지 유럽의 모든 미군과 나토 해군을 지휘해온 제임스 포고 전 사령관은 "우리는 최근 역사에서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본 적이 없다"며 "규모면에서 흑해에 집결한 러시아 전력은 냉전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러, 흑해·지중해에 병력 집결…우크라 남부까지 압박
러시아는 이번주 훈련을 목적으로 북해함대와 발트함대 소속 수륙양용함 6척을 흑해로 진입시켰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을 둘러싼 공해 봉쇄를 선언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남부로 새로운 전선이 형성됐다.
흑해로 진입한 수륙양용함 6척은 이미 카스피해에서 도착한 러시아 함대와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흑해에 진입한 러시아 함대는 규모 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수륙양용함 6척 이외에도 대공미사일과 방공시스템을 갖춘 순양함 모스크바를 비롯해 러시아 카스피해 함대의 장거리 대함 미사일 등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흑해에 배치된 러시아 해군 전력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는 러시아의 수륙양용함과 승선 해군 보병은 러시아 정부가 군사적 행동을 결정할 때 선택지를 늘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을 장악할 경우 소규모 표적 침범과 대규모 침범이 모두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또한 군함 진입과 함께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아조프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접근금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한 뒤 공해인 이 해역을 자주 봉쇄하며 다른 국적의 상업선박과 해군 군함들의 이동을 제약해왔다.
포고 전 사령관은 러시아가 공해인 흑해를 봉쇄하는 것에 대해 "바다의 관습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이러한 행동이 강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러시아의 흑해 함대가 세바스토폴 항구를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해안선을 끼고 있는 아조프 해는 양국이 2014년 이후 주기적으로 충돌해온 곳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지난해 12월9일 우크라이나 해군 소속 함정 '돈바스'가 아조프해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출항해 사실상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크림반도와 타만반도 사이 케르치 해협으로 항해하면서 항로를 바꾸라는 러시아 측의 요구를 거부하는 등 아조프해 항행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03년 케르치 해협과 아조프해를 공동 영해로 규정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 후인 2015년 케르치 해협의 통행과 관련해 우월적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올렉시이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양국의 공동해역인 아조프해에 머물고 있었다며 합법적인 항행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018년 러시아는 아조프해로 가기 위해 케르치 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을 무력으로 나포해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지중해에도 러시아 함대가 다수 진입해 있는 상태다. 특히 북부와 발트 함대에서 온 수륙양용함들은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여러 지점에 병력과 차량을 상륙시킬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유럽도 러 압박 대비 해상 훈련 진행…긴장 고조
러시아 함대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해온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지중해에서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훈련을 진행하는 등 비상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나토는 영국과 프랑스 군함이 유럽 해안을 따라 러시아 북부와 발트함대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수륙양륙선을 몇 주 동안 면밀히 추적해 왔다고 밝혔다.
독일군 대변인도 유로파이터 항공기 3대를 지중해 인근에 배치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스페인도 지상전력이 장악한 위기 속에서도 해군 주둔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호위함 2척을 흑해로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지휘함 마운트휘트니호와 구축함 포터호를 흑해로 이동시켜 러시아 함대의 움직임을 견제해왔다.
또한 지중해에서는 미 해군의 해리 S. 트루먼 항모타격단이 프랑스의 샤를 드골 항공모함, 이탈리아의 카보우르 항공모함 등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로이트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 트루먼 항모타격단에 중동으로 이동하지 말고 지중해에 머무르며 러시아를 견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러, 우크라 압박 넘어 전세계 해상서 존재감 과시 목표
흑해에 함대를 집결시키며 우크라이나 남부를 압박하고 있는 러시아는 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CEPA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요구에 내재된 러시아의 큰 야망을 강조하면서도 세계 무역로를 포함한 모든 바다에 걸쳐 러시아 해군의 영향력을 과시하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1월부터 2월까지 동해를 비롯한 태평양과 대서양, 지중해, 북극해 등 러시아를 둘러싼 전 해역에서 대규모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훈련의 목표는 바다에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고 우리를 향한 군사적 위협 대응 차원"이라며 "총 140척 이상의 군함과 지원함, 60여 대의 항공기, 1000여 대의 군사장비, 1만여 명의 군인이 훈련에 동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해당 훈련의 일환으로 지난달 아일랜드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국방 전문가들은 아일랜드 남서부 EEZ가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을 향한 진입로일 뿐만 아니라 대서양 횡단 케이블(transatlantic data cables)과 인접한 곳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이번 훈련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러시아는 아일랜드 EEZ에서의 훈련 뿐만 아니라 중국, 이란과 지난달 북인도양에서 합동 해상 훈련을 발표하기도 했다.
CEPA는 "세 국가의 합동 훈련을 포함한 러시아의 대규모 해상 훈련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주요 국가로 존중하도록 만드는 푸틴 대통령의 큰 그림의 일환일 수 있다"며 "세계 질서를 재조정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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