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적 성과없는' 마크롱 중재시도…우크라 전운 더욱 짙어진다

WP "러·우크라 요구 사항 차이 커 타협 어려울 것"

러시아 함대, '훈련 명목' 흑해 진입…마크롱 노력과 상충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과 회담한 뒤 자신의 중재 노력의 성과를 과시했지만 향후 전망은 그의 바람대로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마크롱의 노력은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8일 베를린에서 독일과 폴란드 정상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현재 위기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약속을 받아냈다며 "긴장 완화의 길을 찾았다"고 자신했다.

그는 "단지 몇시간의 회담으로는 긴장을 완화할 수 없겠지만 향후 수개월이 지나도 노력을 계속해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북해함대 소속 군함 6척이 훈련을 명목으로 터키 해협을 지나 흑해에 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우크라 긴장 상황은 마크롱 대통령의 노력과는 별개로 더욱 고조됐다.

이에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워싱턴에서 "이번 사태는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이 중요했지만 이것이 기적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러·우크라 요구 사항 차이 커 타협 어려울 것"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를 위한 셔플 외교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 침공에 대한 계획을 수정했다는 징후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안제이 두다 폴라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있다"는 소신을 말하면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나토 외교관들은 푸틴 대통령의 요구가 너무 광범위해 양측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회담 이후 이 지역의 모든 군사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레드라인'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의 요구 사항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등 서방국가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현재 우크라이나의 주권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러시아 안보요구에 대한 서면 답변을 전달했지만 러시아는 자신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분리주의들과의 직접적인 대화, 외교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간섭 자제 등 세가지 '레드라인'을 설정하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 갈등 해결을 위해 2015년 관련국들이 체결한 민스크 협정이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마크롱과 푸틴의 회담이 끝나고 불과 몇시간 만에 "프랑스가 올 상반기 유럽연합 의장국을 맡은 상황에서 나토내 입지가 크지 않다"며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 프랑스 사이에서 어떤 거래도 성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수아 하이스부르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유럽담당 선임고문은 현재 상황에 대해 "푸틴이 전쟁을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가정할 때 그가 중대한 외교적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 함대, '훈련 명목' 흑해 진입…마크롱 노력과 상충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 노력과는 별개로 우크라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북해함대 소속 군함 6척이 흑해 진입을 위해 터키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북해함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번 훈련은 지난달 발표한 태평양과 대서양, 지중해, 북극해 등 러시아를 둘러싼 전 해역에서 대규모 훈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보인다.

WP는 러시아 군함들은 일반적으로 군대, 차량, 물자를 육지로 내리는 데 사용한다며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할 당시에도 이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현재로서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 국경 인근 병력 철수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며 러시아군의 움직임으로 인해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벨라루스에서의 훈련 이후 3만 병력을 철수시키기로 약속했지만 유럽 정보국은 러시아가 최근 탄약을 포함한 군사 장비들을 러시아 서부의 철도를 통해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것을 추적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러시아가 키예프를 공격하기 위해 지토미르로 병력을 파견한 뒤 동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나오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에 대응해 서방의 대전차 미사일과 터키의 전투용 드론을 동원한 자체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현재의 긴장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런던 싱크탱크인 체텀하우스 우크라이나 포럼의 대표인 오리시아 루체비치는 "푸틴이 백악관과 서방 동맹국들을 상대로 일련의 '전략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그의 전략은 불화의 씨앗을 심는 것이기 때문에 이 위기를 몇 달 동안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러 대항' 미·유럽 공동 전선도 흔들려…9일 노르망디 회담 이목 집중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연일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우려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손발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WP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숄츠 총리의 회담에서 이러한 모습이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두 정상은 지난 7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가지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시 제재를 가할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서방이 갖고 있는 대러 제재의 핵심 카드인 '노드스트림2' 폐쇄를 언급한 것에 반해 숄츠 총리는 이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에 미치 매코넬 미 상원 원내대표는 "독일은 푸틴 대통령이 대가를 치르도록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했지만 가디언은 해당 조치의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 긴장 완화를 위해 유럽 정상들간 연대 의지를 보인 가운데 전세계의 이목은 10일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인 노르망디 형식 4자회담에 집중되고 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쟁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대표 회담을 일컫는다.

앞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의 외교정책 보좌관들은 지난달 26일 파리에서 회담했다. 당시 이들은 2주 뒤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갈등의 중심에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현재 위기를 얼마나 타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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