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윤석호] 울음 속에는 강이 있다

윤석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울음 속에는 강이 있다

 

울음 속에는 강이 있다

복받치는 것들이 물살을 만들고

상처를 따라 흘러내린다

 

밤새 흐느끼던 어머니 

아버지는 취해 잠들었고

어린 나는 캄캄한 강물 위에서 표류했다

새벽이 되어서야 울음은 하류에 다다랐다

잔잔했고 깊었고 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나는 한없이 가라앉으며 잠들었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강물 소리를 내며 울었다

울음은 금세 하류에 닿았다

여자인 어머니를 모르는 나는 

아버지의 울음소리를 흉내 낼 수 없었다

하류에 도착하고서야 아버지는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아버지는 자주 하류를 서성거렸다

어머니의 강

그 복잡한 지류를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 

몇 번이고 흠뻑 젖은 채 떠내려왔다

그새 강은 아버지의 강이 되었다

 

아버지는 이제 바다만 바라본다

숨죽이며 하류를 벗어난 강물은 

멀리 가지도 못한 채

몸을 흔들어 물결을 만들고 

 

손을 내밀듯 뭍으로 밀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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