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 맞으면 마트도 못 간다고?…시민 '소리없는 방역 저항' 고조

코로나19 상황이 만 2년가까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소리없는 방역 저항감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음식점, 카페 등에서 방역패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방역 패스 확인용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고 손님들의 휴대전화로 백신 접종 여부만 육안으로 확인하는 등 곳곳에서 형식적인 방역 점검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4일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에 대한 정부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사교육단체 등의 집행 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다른 업종에서도 이같은 방역 저항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전국민 70%이상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6%에 불과한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방역당국의 논리에 시민들이 ‘과한 통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방역당국 및 대전시민들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학부모·사교육단체가 제기한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 행정명령 집행정지 사건에서 일부 인용 판결했다. 

법원은 정부의 방역패스 처분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부는 이같은 법원 결정에 즉시 항고하기로 하는 한편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 밀집도 제한 등 추가 방역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이같은 정책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음식점 등 일선 현장에서는 방역 해이감을 넘어 보이지 않는 방역 저항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실제, 대전시 및 각 구청 등 공무원들의 눈을 조금 벗어난 음식점들에서는 방역수칙들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고객들의 백신패스 확인을 위한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는 대신 종업원들이 고객들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백신패스 확인과는 별도로 기존의 080안심콜을 통해 고객들이 방문한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식당들이 부지기수다.

서구 괴정동 A음식점 관계자는 “이같은 지침을 방역당국이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아 잘 몰랐다”라며 “워낙 자주(지침이)바뀌다보니 헷갈린다. 손님들에게 일일이 요청하기도 참 힘들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나”라고 항변했다.

또, 중구 태평동 소재 중국음식점 대표 B씨(66·여)는 “단말기를 입구에 설치해 놓으니 대다수의 손님들이 인증을 하고 들어온다. 하지만 체온체크는 안 하는 손님들이 많다”라며 “주방에서 남편이 일하는 등 둘이 장사를 하는데 손님이 밀려드는 점심시간에 일일이 다 확인하고 요청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털어놨다.

방역당국의 무기력하고 형식적인 제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전시가 지난해 11~12월 2개월간 QR체크인 등 방문자명부 작성 불이행 및 4인이상 집합금지 등을 위반해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손님·업소 통틀어 15건 1800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전 공무원이 투입돼서 교회,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지침 준수 계도 등에 나서고 있다”라며 “하지만 저희들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결국 업주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음식점·카페 등에 이어 오는 10일부터 마트·백화점 등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가 전면 적용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과도한 일상통제'라는 불만들을 쏟아내고 있다.

백신 미접종자는 물론 스마트폰 사용에 미숙한 노년층들은 당장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도 갈 수 없는 처지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추가된 상점·마트·백화점(3000㎡ 이상)은 10일부터 7일간의 계도기간을 거친 후 오는 1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방역패스 인증기간이 끝났거나 아예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이를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Δ‘미접종자 식당 ‘혼밥’은 되는데 ‘혼자 장보기’는 안된다고? Δ누가 만든 기준? 전형적인 탁상행정 등 방역패스 기준에 대한 조롱 섞인 댓글도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도 큰 불편을 겪게 됐다.

3차 접종까지 다 마쳤다는 서구 월평동 거주 C씨(74·여)는 “그동안 080안심콜이나 종이증명서를 사용해서 편했다. 하지만 종이증명서에 유효기간이 표시되지 않아서 소용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아들이 QR코드를 설치해주고 설명까지 해줬는데 막상 혼자 하려면 안된다. 시장도 맘 편히 못 가는 세상이네”라며 씁쓸해했다.

임산부 등 현실적으로 접종선택이 쉽지 않은 계층에 대한 예외규정 등 사회적 배려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4월 초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직장인 D씨(32·여)는 “태아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약도 함부로 먹을 수 없는게 임신부인데 정말 너무한다”라며 “국민 세금으로 출산 장려금 줄 생각 말고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나 만들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백화점 역시 방역패스를 관리할 별도의 직원이 필요한 데다 고객들의 민원 급증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Δ사적모임 4인 제한 Δ오후 9시 영업 종료 등 이미 규제할 만큼 다 해놓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6%의 미접종자가 위중증 환자로 가는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방역패스 등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방역 당국의 논리가 너무 궁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중대본이 발표한 ‘확진자·위중증·사망자 예방접종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8주간(지난 1031일부터 1225일) 만 12세 이상 확진자의 29.8%, 중증환자의 53.1%, 사망자의 53.2%가 백신을 미접종했거나 1차 접종만을 마친 사례다.

성인 기준 미접종자는 6.2% 수준인데, 위중증·사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미접종자 감염을 차단할수록 사망·중증화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의료체계 여력이 보존되면 보다 많은 확진 규모를 견디며 일상회복을 진행할 수 있다"며 "이런 전반적인 목적 때문에 방역패스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방역당국의 논리에 서구 내동 거주 시민 E씨(54)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그토록 공을 들여온 정부와 여당이 ‘미접종자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 조치이고, 의료체계 여력을 보전하는 목적’이라는 이유을 내세워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라며 “국민들을 극도로 통제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할수록 그만큼 저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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