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김소희] 이미 해는 들어와 있었다

김소희(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이미 해는 들어와 있었다


먼저 건너온 구름이 거리를 감추고 있다

빠르게 걷지 못하는 발목은 무거워라고 적어놓으면 

집 앞에는 지독한 비가 내리고 있다

비틀거리는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리며

두 번째 겨울이 떠내려간다 

마스크를 쓰는 척하다가 

불안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입김을 불어 넣어준다

휘몰아치는 입김과 투명해지는 십이월의 거리

A Jar of Nothing

아마존에서 배달된 유리 항아리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 안에 걸음이 느린 해가 있는 것 같았다

이른 아침이었고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고 항아리를 열었을 때 

이미 해는 들어와 있었다

해는 내게 새로운 걸 하나씩 꺼내주었다

거리가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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