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필-박순자] 신발
- 22-01-03
박순자(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장)
신발
“어! 춘향이 발이네요.”발의 치수를 재던 구두 점원의 말이다. 마치 춘향이의 발을 본 듯이 그 점원의 표정이 우습기도 했지만, 귀가 쭈뼛하고 듣기가 싫지는 않았다. 아니, 은근 적으로 기분이 좋았다는 표현이 더 솔직하리라. 춘향이는 맘씨도 좋고 발도 예뻤나 보다. 허긴 버선발로 그네도 탔을 것이고, 널도 뛰었겠지?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상상해 본다.
나의 언니는 자신이 아버지의 발을 닮아 신발을 맟추려면 많이 고민된다고 투덜대곤 했다. 실제로 언니는 모든 면에서 부모님의 장점을 많이 닮아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그런 언니가 항상 자랑스러웠고 좋았다. 참, 공평하신 조물주의 덕분일까? 다행히 나는 어머님의 발을 닮아 예쁘다는 찬사에 위로를 받았으니, 자연적으로 신발 쇼핑에 열을 올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 신발 사는 취미가 습관적으로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미국에 이민 올 때도 애지중지하던 신발들을 이민 보따리에 넣었고, 지금까지도 보존하고 있다. 여기서 살면서도 나의 필요성보다는 관습적인 즐거움이랄까 기분전환으로 신발 가게를 기웃거리곤 했다. 그럭저럭 사들인 신발들을 보면서 비싼, 소위 브랜드 신발을 아끼느라 오랫동안 보관했다.
어느 날 이 귀여운 샌들을 신고 춘향이(?)의 발을 보여주리라, 뽐내고 싶은 마음이 발동했다. 아뿔사!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발바닥의 촉감에 신경이 쓰였다. 불편했다. 보니 한쪽 신발 바닥 반쪽이 사라졌다. 옛 말에 아끼면 뭐가 된다더니, 그 꼴이 되어 버렸다. 아! 아까워! 수선할까 말까 고민하다 곱게 버렸다.
한번은 구두쇼핑에 나선 날이었다.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 신어 본 신발은 신식 유행의 스타일이었다. 편하고 품질이 좋은 것이 명품이라는 나의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무조건 구매하려는 허영심에 경고장으로 일깨운 날이었다. 정장에 어울리는 그 신발을 신고 외출했다. 조금씩 발에 불편함이 오더니 급기야 발뒤축에 통증까지 동반한 피가, 걸음을 방해했다.
지금은 옷도 가볍고 편한 신발이 나에겐 명품으로 자리매김한 지 꽤 된 것 같다. 신발장에서‘우리 좀 보아주세요!’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등산화 두 켤레가 나란히 웃고 있었다. “오늘 저 등산화를 신고 세인트 에드워드 스테이트 공원에 가서 걸어 보고, 불편하면 과감하게 버립시다.”둘이서 걸었다. 한 시간가량 오르락내리락 하는 하이킹을 하는 동안 겉모양과는 달리 얼마나 발을 편하게 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앞으로 이 등산화로 애용합시다.” 오랜 만에 우리 부부의 의견일치였다.
이제 또 한 해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펜데믹 공포에 떨었던 작년에 비해서 올해는 좀 고삐가 풀리나 싶더니, 오미크론이라는 바이러스가 연속극처럼 이어졌다. 이 빠른 세상, ‘잠깐 있다 없어지는 안개 같은 인생’인데, 왜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삶을 영위하지 못했는지 뒤 돌아보게 된다. 마치 편한 신발이 우리의 심신을 즐겁고 행복을 가져다주듯이 2022년에는 나의 편한 마음이 이웃에 전달되어 편안함을 주는 편한 신발의 일상이 되기를 마음속에 간절히 새겨 본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한국 ‘민중미술 거목’ 김봉준 화백 시애틀온다
- '불타는 트롯맨' 탑7 시애틀 공연 신나고 재미었다(+영상.화보)
- 아시아나항공 “한국행 최대 30% 할인 등 여름 특가이벤트”
- KWA대한부인회 "피어스카운티 비지니스 활성화 그랜트 신청하세요"
- 타코마서미사 자비 넘치는 부처님 오신 날(영상,화보)
- 윤요한 앵커리지한인회 전 회장 모친상
- '불타는 트롯맨' 탑7 시애틀 공연 성황리에 열려(동영상)
- [시애틀 수필-박보라] 왠지, 웬즈데이
- 한인 제이슨 문 머킬티오시의원, 워싱턴주 하원 출마한다
-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미국 하이킹코스에 무궁화 심었다
- 시애틀 방문중인 김동연 경기지사 가슴아픈 사연 전해져
- 어젯밤과 오늘 새벽 시애틀에 환상적인 오로라 관찰돼(영상)
- 서은지시애틀총영사 28일 코리아나이트 시구한다
- 김동연 경기지사, 시애틀방문해 제이 인슬리 주지사 만났다
- 이무상,이현숙씨 부부 페더럴웨이 한우리정원 조성위해 10만달러 기부
- “시조이야기도 참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 “한인 여러분, 챗GPT로 가게 홍보하세요”
- 바슬시 5월 아시아태평양의 달로 선포
- 광역시애틀한인회와 부천상공회의소 MOU
- 시애틀영사관, 시애틀국제영화제 특별후원
- KWA 대한부인회 올해 장학생 선발한다
시애틀 뉴스
- 468명 태운 가루다항공 보잉기종여객기, 엔진 화재로 비상 착륙
- "비밀번호 70%는 1초 안에 뚫린다”
- 매리너스 시애틀야구장서 파울볼 2개가 한 팬에게 '기적'벌어져
- 워싱턴주지사 후보에 밥 퍼거슨이 3명? "워싱턴주 공화당 꼼수"
- 워싱턴주 교통사고 사망자 33년만에 최다
- 미국 집값 최근 4년간 47% 올랐다
- 빌 게이츠 전 부인 멀린다, 125억달러 받고 게이츠 재단떠나 별도 활동
- 교회단체가 UW몰려가 이스라엘 옹호 맞시위 벌여
- 시애틀 사회생활 시작하기에 좋은 도시긴 하지만
- 테슬라 모델Y 구입자에 이자 0.99%로 대출
- UW 시위대 평의회 회의실도 장악해
- 시애틀에 펜타닐 과다복용 회복센터 문연다
- 시애틀 유명한 벨타운 헬캡 운전자 고소당했다
뉴스포커스
- "푸바오는 규칙적인 생활 중"…중국이 공개한 최근 모습은?
- "의대 증원 예정대로"…법원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 우선"
- 김건희 여사, 153일만에 '잠행 끝'…대통령실 "영부인 역할 계속 해와"
- 추미애 부담스러웠나…'합리적 행동파' 우원식 택했다
- 32년 만에 새 시중은행 탄생…금융위, 대구은행 전환 인가 결정
-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부정부패 성역 없다…엄정 대응"
- 김호중 마약 검사 받았다…"간이검사 음성, 국과수 정밀 의뢰"
- 최태원 차녀 민정씨, 10월 결혼한다…예비신랑은 중국계 미국인
- 9만명 투약분 마약 화장품통에 숨겨 반입한 유통조직 적발
- 출국 당일 '여권 영문명' 틀려서 허탕 치는 일 없어진다
- '사리 반환' 기여한 김건희 여사…법요식 참석하려다 결국 '불참'
- "국민 눈치 좀 봤으면"…검찰인사, 여당 내 '쓴소리'
- 윤 대통령 "반갑습니다" 손 내밀자…조국, 말 없이 악수만
- 정부 법원 제출 자료에 "의사 평균연봉 3억"…의료계 "어이없다"
- 하이브·파라다이스, 공시대상기업집단 합류…쿠팡·두나무 '법인 동일인' 지정
- 류현진도 찾는 성심당, 대전역서 퇴출 위기…월세, 1억→4.4억 '껑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