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갚으세요" 경기 불안에 대출 만기 늘려주는 은행들

신용·주담대 만기 연장 흐름 지속…총이자 상승 가능성은 유의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고금리 시대 만기 연장으로 DSR 규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주목받았다면 최근 들어 경기 불안이 고조되면서 상환 부담을 조금이라도 유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 24일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 신용대출의 최장 만기를 10년으로 연장했다. 원금과 이자를 매달 함께 갚아나가는 원리금 균등 상환 고객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최초 대출 기간을 포함해 최장 10년까지 상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같은 은행권의 대출 만기 연장 흐름은 금리인상기가 본격화된 올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부터 주요 은행, 보험사들까지 합세해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더니 분할상환 신용대출의 최장 만기까지 10년으로 속속 늘렸다. 

그간 시장에서 대출 만기 연장은 곧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효과로 통했다. 상환 기간이 늘면 차주가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은 줄어든다. DSR 규제에 따라 연간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로 제한돼 있는데, 이를 완화해 대출 한도에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만기가 늘어나는 만큼 이자의 총액이 함께 늘어난다는 점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고금리 상황에서 당장 매달 내야 할 원리금이 줄고 한도까지 늘 수는 있어도, 총 상환기간으로 따지면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 불황으로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당장의 상환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도 관심이 모인다. 

토스뱅크는 앞서 신용대출 최장 만기를 연장한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매달 내는 돈 낮추기' 효과를 강조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올 3월 연 3.5% 금리로 3년 만기, 7000만 원을 대출받은 차주 A씨는 금리가 오르면서 연 5.4%를 적용해 매달 원리금으로 216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로 만기를 7년으로 늘리면, 만기 연장으로 금리가 연 5.62%로 올라도 매달 부담하는 상환액은 908000원으로 낮아진다. 

토스뱅크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급격한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 고객의 가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월 고정 비용이 일부 상쇄된다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데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총이자가 늘어나는 부담은 있지만, 당장의 상환 부담을 일부라도 덜고자 하는 차주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한 셈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우리은행도 26일부터 만기 일시상환 신용대출의 최장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만기 일시상환이기 때문에 DSR을 완화하는 효과는 없지만, 재약정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대출을 연장할 수 있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역시 당장 상환이 어려운 차주들을 위해 '상환 유예' 카드를 꺼내놨다. 현재 은행들은 주택가 6억원 이하의 1주택자 주담대 차주들이 실직·폐업·질병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경우 분할상환, 최대 3년의 원금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내놓은 '가계 금리부담 경감책'에서 앞으로 매출액 급감, 금리상승으로 정상적인 원리금 상환이 곤란한 차주들에게도 이같은 채무조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상품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만기 연장으로 총이자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고도 당장의 고정비용부터 줄이고 싶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리금 증가분, 가계 상황 등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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