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명절에도 온 마을이 '조용'…'독거촌' 돼버린 고향 마을

노인들만 남은 마을…60대 이상이 90%가량 차지

코로나19로 이웃 간 교류 단절되면서 외로움 더 커져

 

“홀로 있는데 외롭고 고독하지. 가족들 없는 명절은 더 괴롭기만 해.”

추석을 나흘 앞둔 6일 오후 찾은 경기 가평군 가평읍 마장2리. 지나가는 사람 한 명 보기 힘들 정도로 동네는 한적했다. 개 짓는 소리가 아니었으면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주민 4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열에 아홉은 60대 이상이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느라 집집마다 시끌벅적할 추석 대목 앞이지만 지금은 조용하다. 고향행을 포기하는 자식이 많은 데다 노인들만 남아 한적한 동네가 됐다. 명절 때면 마을 입구에 걸던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도 걸지 않은 지 오래다.

최중호 마장2리 이장은 "동네가 커 명절 때면 마을 전체가 잔치였다. 그런데 지금은 타지에 있는 자식들이 고향에 오길 꺼리니 함께 전 부치고, 차례 지내는 모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6일 찾은 경기 가평군 가평읍 마장2리에 있는 김봉순(86) 할머니 집. 마당은 과거명절 때면 30여 명의 친지들이 찾아와 술판을 벌이는 등  북적거렸다고 한다. 2022.09.06./뉴스1 양희문 기자


홀로 사는 노인들은 명절이 쓸쓸하기만 하다.

사람이 그리워 항상 문밖을 바라본다는 김봉순 할머니(86)는 명절만 되면 과거 가족들과 함께 송편을 빚던 추석을 떠올린다. 집 마당은 명절 때면 30여 명의 친지들이 찾아와 술판을 벌이는 등 북적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타지로 간 자녀와 친척들이 올해도 못 온다는 소식을 전해와 이번 명절은 홀로 보내야 한다.

김 할머니는 “자식들이 타지에서 어렵게 사니까 거의 보지 못하는데 이번 추석 때도 어렵다고 하더라”며 “손자들이 얼마나 컸는지 얼굴이라도 한 번 만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서운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면서 “남편이 일찍 죽어 혼자 3남매를 키웠다. 그렇게 살다보니 무릎, 허리가 다 망가져 이제는 움직일 수가 없다”며 “온종일 누워만 있는데 너무 외롭고 서럽다. 이번 추석은 더 괴로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웃 간 교류도 단절되면서 어르신들은 외로움을 넘어 고독함을 호소하고 있다.

마장2리 주민 지기용 할아버지(89)는 “명절 때면 이웃들과 화투를 치면서 외로움을 달래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감염 우려 때문에 서로 피한다”며 “접촉이 전혀 없으니까 외로움을 넘어 고독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새마을지도자가평군협의회는 6일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명절 음식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독거노인 1000여 명에게 떡, 전, 된장 등이 담긴 명절 선물 꾸러미를 전달했다. 2022.09.06./뉴스1 양희문 기자 


한편 새마을지도자가평군협의회는 이날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명절 음식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독거노인 1000여 명에게 떡, 전, 된장 등이 담긴 명절 선물 꾸러미를 전달했다.

염철교 새마을지도자가평군협의회장은 “가평은 고령화가 심한 데다 인구 유출 속도도 가팔라 홀로 사는 노인이 많다. 이들이 쓸쓸한 명절을 보내지 않게 이런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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