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에 '월세화 가속' 우려 고개…"등록임대제 논의 병행해야"

"종부세·취득세 등 혜택 줄고 부담 늘어…전세매물 감소할 것"

불이익 없이 의무만…'선순위 권리관계 확인권한' 실효성 우려도

 

정부가 1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놓고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등록임대사업자 혜택이 폐지된 상태에서 의무만 늘어난 임대인들이 전세시장에서 탈출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에는 안전한 전세계약 환경 조성을 위해 임대사업자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임차인이 HUG 홈페이지나 내년 출시될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통해 임대사업자의 보증금 보증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임대사업자의 보증가입 준수 여부도 상시 점검하는 등이다. 

임대보증금 보증은 임대사업자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책임지는 보증상품이다. 임대사업자는 지난해 8월 이후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이 의무화됐다. 미가입 적발 시에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문제는 보증 신청 절차가 만만치 않아 많은 임대사업자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등록 초본, 인감증명서, 임대사업자등록증 사본 등 신청에 필요한 서류만 10여건에 달하고 임대사업자가 직접 현장 신청을 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서울 강남권의 한 공인중개사는 "위임을 통한 대리 신청도 가능하지만 수수료를 받을 수 없는 만큼 (대리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담은 더 많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매물 중 임대사업자들이 가진 매물이 많이 사라지고 월세 매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종부세 합산 배제, 취득세 감면 등 혜택을 주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반면 의무사항이 늘어남에 따라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일부 다주택자들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폐지 수순을 밟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는 월세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고금리 등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들도 많다"며 "보증금이 적은 만큼 사기 거래 피해액도 적고, 선순위 담보권이 있을수록 월세가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해 월세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는 전세사기 대책 진행 과정에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논의가 병행돼야만 시장 영향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연말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정상화하는 방안이 안건으로 오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용 60㎡ 이하 소형아파트에 대한 제도 부활을 공약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6월 "앞으로 소형아파트에 등록임대를 적용해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번 전세사기 대책에서는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권한'에 대한 실효성 지적도 나온다. 임차인이 전세계약 전 임대인의 체납 여부나 선순위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서류를 요청할 경우 임대인이 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했는데, 응하지 않을 시 불이익을 두지 않아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가율도 낮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의무화를 할 경우 계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훈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경제적 보호장치는 법적보호장치가 돼야 한다"며 "임차인에게 자신의 권리를 미리 알려주는 정도일뿐 실질적인 보호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책에는 고질적인 문제였던 임차인 대항력 강화 조치도 담겼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 임대차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고,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전세보증금을 감안하도록 시중은행과 협의할 예정이다. 또 '임차인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이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표준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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