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의 나라, 모빌리티 잔혹사]택시는 공공영역일까?…요금 현실화 불가피

민간이 운영하는데 가격은 정부 손안에…전문가 "택시는 공공영역 아냐, 요금 현실화해야"

"IT강국인데 모빌리티만 유독 막혀…혁신 위해 사회적 대타협 절실"

 

최근 심야시간 '택시 대란'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그동안 택시 업계 반발에 좌초됐던 모빌리티 혁신을 향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정체됐던 택시 산업 진흥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제대로 손을 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서는 일부 택시 사업자들의 목소리에 끌려가기보다 요금 현실화, 점진적인 규제 완화 등의 카드가 절실하다.

◇"강산이 변했지만"…택시산업은 반세기 동안 정부의 손안에

정부가 1952년 민간 자동차교통의 재건을 위해 전시특별법을 발동하고 '합승차제도'를 공표하며 '합승택시'가 탄생했다. 합승택시는 당시 전차, 버스 등과 함께 시민들의 발이 되어준다. 이후 정부는 본격적인 택시산업 양성을 위해 기업화를 추진하는 한편 법인택시 운전자들을 위한 인센티브로 1967년부터 개인택시 면허를 발급한다. 

1980년대 개인택시 면허를 다른 유자격자에게 팔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가 마련되면서 택시면허는 거래가 가능한 든든한 '재산권'이 됐다. 택시 면허가 일종의 '권리금'이 되면서 택시는 자영업을 대표하는 업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실제 당시에는 개인택시 면허 하나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경제 성장에 따른 국민소득 증가로 '마이카' 시대가 도래했고, 버스와 택시 이외에도 많은 여러 교통수단이 등장했다. 이런 시대의 격랑 속에서 택시산업은 자영업을 대표하는 업종으로 자리잡았으나 요금결정 권한이 정부에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관리해 운영되는 '공공의 영역'으로 인식됐다.  

택시가 '공공의 영역'에 들어오며 매너리즘에 빠진 상황에서 새로운 양질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커졌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2013년 국내에 상륙한 미국의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다. 승객은 우버앱을 통해 택시 호출 및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었고, 운전 기사의 이름·사진·평점까지 볼 수 있다는 특징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끌어모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우버는 '불법 택시' 신세가 된다. 2018년 제정된 '타다 금지법' 역시 같은 맥락이다. 

택시산업에 신규 진입자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개인택시 업계의 반발이 컸다. 갈등이 빚어지면 정부는 구산업인 택시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세기에 제정된 '여객운수사업법'을 근간으로 두다보니 IT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모빌리티 산업은 성장 동력을 잃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20년 코로나19가 닥친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택시 수요가 줄어들자, 택시기사들은 '돈 되는' 배달앱 라이더 등으로 전향했다. '돈 안되는' 택시를 떠나는 기사들이 늘어나면서 '택시의 나라'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매일매일 '택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택시는 공공 영역 아냐…요금 정상화 절실"

'타다OUT' 이후 택시면허를 중심으로 재편된 모빌리티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한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추진하자 업계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플랫폼 강자' 카카오마저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모빌리티' 산업을 포기한다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매각까지 고려한 이유로는 '우버사태'가 촉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인식은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무르면서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지속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사업을 하면서 '골목상권' 논란이 가중되며 여론상 '나쁜 플랫폼'의 대명사로 전락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택시 산업을 위한 해법으로는 요금 현실화가 선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따져보면 택시는 민간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하철, 버스 요금과는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며 "공공 교통수단과 같은 식으로 요금을 운영하다 보니 경직적으로 요금이 결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택시기사가 배달 분야로 많이 옮겨갔는데, 이들이 다시 택시산업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익보다 택시를 통해서 얻는 수입이 택시보다 많거나, 최소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재욱 태평운수 대표도 "택시 요금을 공공요금이라고 하는데, 정작 택시 산업이 어려울 때는 대중교통이 아니라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대별로 요금제를 차등하거나, 현재 고급대형택시에 적용되는 탄력요금제를 중형택시도 일정 범위 내에서 만들어주는 한편 택시와 대중교통 체제를 연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곪았을 때 해결하자…모빌리티 혁신 더 늦출 수 없어"

이재웅 쏘카 대표는 2019년 자신의 SNS을 통해 "기술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할지 모릅니다만 변화를 부정하고 과거에만 얽매여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후에도 "신산업으로 인해 피해받는 산업은 구제를 해줘야 하고 그것이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역할이지만 신산업 업계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3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의 발언이 재조명되는 것은 여전히 택시와의 갈등이 '공회전'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택시 대란으로 촉발된 택시 산업의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정부도 타다의 등장을 계기로 2020년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으나, 선거 정국 앞에서 '반쪽자리' 의견만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택시 산업 혁신은 민생과 직결돼 있음은 물론 전세계적 변화 흐름인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모빌리티 혁신과도 연결돼있기 때문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

황기연 교수는 "1차적으로 필요한 사회적 대타협은 모빌리티 회사와 국민과의 대타협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민간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공공 사업자 수준으로 해선 안되고, 수요자는 요금의 다양성을 받아들여 급할 때는 더 많은 요금을 주고서라도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제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플랫폼과 기존 택시 사업자와의 타협으로 승차 공유 등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를 빨리 종결짓지 못하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불법의 영역이 들어오는 '블랙마켓'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도 "IT산업만큼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분야가 없지만 모빌리티에선 유독 막혀있다"며 "정부가 대기업을 끌어들이고, 택시업게도 끌어들여서 상생모델을 만들어 모빌리티 산업을 확대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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