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잡다 지쳐 비즈니스호텔 찾았지만…"방 없습니다"

거리두기 해제 후 비즈니스호텔 심야고객 늘어

택시 못잡고 숙소 못찾아 길거리서 잠들기도

 

종로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김모씨는 최근 자정쯤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다 난처한 일을 겪었다. 동선이 겹치는 동료 3명과 합심해 40분 동안 택시를 호출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이들은 근처 비즈니스호텔에서 숙박하기로 하고 두 군데를 방문했지만 만실이었다. 숙박 애플리케이션으로 다른 숙소를 찾았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김씨와 동료들은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 택시대란이 해소되지 않자 비즈니스호텔 등 숙박업소 이용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주요 번화가에는 평일에도 비즈니스호텔이 만실이어서 워크인(예약없이 직접방문)을 시도했다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심심찮다.

23일 종로·중구와 강남·서초, 영등포 등 서울 3대 업무지구 인근 주요 비즈니스호텔 10여곳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 워크인 고객이 늘었다고 대답했다.

중구 A호텔 관계자는 "새벽 1시가 넘으면 택시가 안 잡힌다며 찾아오는 고객이 있다"면서 "손님이 다 차 있으면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B호텔 관계자는 "저녁 늦게 술 마시다 갑자기 예약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어제도 만실이어서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호텔은 평일 가격이 15만원 이내로 일반 호텔보다 부담이 작으면서도 시설, 청결도 등에서 모텔보다 우위에 있다. 일반택시가 잡히지 않는 심야에는 운임이 비싼 모범·대형 택시라도 이용해야 하는데 그 경우 비즈니스호텔이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강남에서 종로로 출근한다는 정모씨(31·여)는 "심야에 집에 가려면 6만원짜리 모범택시를 불러야 수월하다"며 "택시를 잡다 지쳐 동료들과 사무실 근처 숙소 잡고 한 잔 더 마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배모씨(40)는 "택시 잡기가 어렵다보니 가급적 대중교통 시간에 맞춰서 집에 간다"고 말했다. 

심야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면서 공공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길거리에서 밤을 새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직장인 정모씨(38)는 "택시가 안 잡히자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동료가 있어 말린 적이 있다"며 "벤치에서 잠들어 경찰이 깨워 일어났다는 동료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사들이 택시업계를 떠나면서 택시 운행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만2320명이었지만 2022년 4월 7만3949명으로 3만명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택시기사들이 고령화하면서 늦은 시간의 택시 가동률이 더 떨어졌다.

택시 운전기사 임모씨(61)는 "코로나19 때 배달업종으로 옮겨가면서 젊은 기사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택시기사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피로감이 심하고 각종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심야 운행은 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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