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운명의 일주일…'검수완박' 저지 남은 카드 있나

검찰, 마지막까지 국회 설득하고 대국민 여론전 '총력'

국회 조문 작업에서 검찰 의견 반영…최후 카드 헌법재판소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여야가 수용하자 사상 초유의 지휘부 집단 사퇴가 현실화하는 등 검찰의 반발이 거세다. 대검찰청은 중재안 수용 불가 입장을 내면서 검수완박 저지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검찰이 국회 입법을 막아설 수 있는 카드는 이제 별로 남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야는 28일 혹은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했다. 검찰에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마지막까지 여야를 만나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의장의 중재안을 여야가 수용한 만큼, 큰 틀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내주 이뤄질 법안 조문 작업에서 최대한 검찰의 우려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전날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끝까지 검찰 수사권 박탈 저지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예 부장은 "법안 최종 통과 마지막까지 부당성을 말씀드리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겠다"며 "어떤 방식으로 노력할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고 (대검) 부장들과 중지를 모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검 지휘부가 공백인 만큼 전국 검찰청별로 적극적인 여론 설득에 나서고, 대검 간부와 법무부 검찰국 등은 국회를 찾아 법안 조문 작업에서 최대한 검찰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인 만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예 부장은 "새 정부도 당연히 관심이 있을 테니 인수위에도 호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위가 전날 "원내에서 중재안이 수용된 것에 대해 존중한다"고 공식입장을 내면서 인수위에 기대를 거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윤 당선인은 아직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윤 당선인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수도권 부장검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빨리 중재안을 수용한 것을 보고 결국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을 버린 것인가 하는 배신감이 너무 크다"며 "중재안 내용을 보면 결국 검찰 구성원 대다수는 버리고 소수의 특수부 검사들만 중수청에서 계속 수사를 할 수 있게 남겨둔 것 아니냐. 내부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이 말도 못하게 크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전 순천지청장)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은 어제 중재인 합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썼다. 김 변호사는 "(윤 당선인은) 검찰을 떠난 지 오래고 경제 민생 문제나 챙기겠다고 퉁 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합의하는 과정에 윤 당선인과 충분한 협의가 되었는가. 윤 당선인은 이에 동의했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입장을 촉구했다.

지검장 등 검찰 간부들의 추가 사퇴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러나 수사 공백 우려와 조직적 '검란(檢亂)'으로 비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당장 집단 사퇴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주 초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대응을 모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했다. 사진은 이날 합의한 합의문. (공동취재) 2022.4.2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대검은 최후의 카드로 위헌 여부를 다툴 방침이다.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고 여야가 수용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검찰이 법안을 저지하지 못하고 공포된다면 헌법소원심판 등을 청구할 계획이다. 예 부장은 "위헌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며 "위헌을 주장하고 가능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검에 구성된 위헌성 검토 TF(태스크포스)에서 중재안의 위헌성 부분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중재안 역시 헌법이 명시한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에서 도출되는 검사 수사권을 무시하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원안과 동일한 문제점이 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중재안은 여전히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12조 등에 반한다"며 "전부 또는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영장청구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이 기댈 곳은 국민밖에 없다"며 "포기해선 안되고, 언론 설명과 여론 설득, 내부 건의, 사퇴 요구, 사직, 사후적으로 헌법소원, 권한쟁의심판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원안은 수사권 100% 박탈인 데 반해 중재안은 제한된 보완수사권 등 일부 검찰의 수사권을 남겨둬 검찰 측의 위헌 주장에 힘이 실리기 어렵게 된 측면도 있다.

'검수완박'에서 '검수덜박(검찰 수사권 덜 박탈)'으로 내용을 조정하면서 위헌 논란을 교묘히 피해갔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 근거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게 골자다. 그런데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되, 직접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보완 수사권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다.

한 검찰 간부는 "중재안은 위헌 논쟁을 비껴가기 위해 수사권 완전 박탈이 아니라 '덜' 박탈한 것 같다"며 "중재안은 수사권을 극도로 제한, 형해화해 위헌 논쟁을 요리조리 피하려 했다. 그럼에도 검찰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기 때문에 헌재로 일단 가야 한다"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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