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투자해야 하나"…금·코인·주식 '다' 오르자 예적금 '뚝'

"안 오른 게 없다"…에브리싱 랠리 현상에 예적금 15조원↓

투자 대기성 자금 33조원↑…"자금 이동 이어질 듯"


지난달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직전 달 대비 15조 원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는 '요구불 예금'은 33조 원가량 늘어났다. 금과 코인, 주식 등 각종 투자 자산 가격이 함께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지면서 투자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예금 잔액은 873조 3761억 원으로 전월(886조 2501억 원) 대비 12조 8740억 원 빠졌다. 적금 잔액은 31조 3727억 원으로 전월(33조 2204억 원) 대비 1조 8478억 원 줄었다. 흔히 '은행에 묶어두는 돈'으로 일컫는 예·적금 잔액을 모두 합하면 직전 달 대비 약 15조 원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묶지 않고 풀어둔 돈'은 33조 원가량 늘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요구불 예금은 124조 7812억 원으로 전월(117조 445억 원) 대비 33조 6226억 원 늘었다. 요구불 예금은 예금자가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어 흔히 '투자 대기성' 자금이라고도 불린다.


즉, 연이자 3%를 받으며 은행에 돈을 묶어두는 대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12개월 기준) 3.03%로, 우대금리 적용 시 3.49% 수준이다. 적금(12개월 기준)의 경우 평균 3.3%, 우대금리 적용 시 3.8%다.


통상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은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호황기에는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돈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금이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대형주 위주의 S&P500 지수는 지난달 20일 사상 처음으로 5200선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4000대와 비교하면 1년 사이 30%가량 뛰었다. 미국 증시 훈풍에 국내 증시도 호황기를 맞았다.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는 2700선에 안착했는데 1년 전 2300선과 비교하면 17%가량 상승했다.


금값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금 시세는 1g당 9만 6726원으로, 1년 전인 8만 2292원 대비 17%가량 올랐다.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도 지난달 초 개당 1억 원을 돌파한 후 9000만 원 후반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안 오른 게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대부분의 투자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는 추세다. FOMO는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은 두려움을 일컫는 말로, 자산시장 상승기에서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뜻하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과 금까지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최근 예·적금 재예치 고객이 줄고 있다"며 "그렇다고 예·적금 금리를 크게 조정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도 많아 당분간 예·적금 잔액의 변동 폭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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