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1882억 건보 재정 투입…비상진료 지원 강화

의료기관 안내 후 11일부터 시행…예비비 1285억도 신속 집행

1만1219명 이탈…"다른 생각 가진 전공의·의대생 최대한 보호"


전공의 집단이탈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를 메우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인 정부가 1882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이 재정은 비상진료 대책의 일환으로 일단 이달에 한해 한시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7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 장기화시에도 비상진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재정 1882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중대본 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실장은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를 통해총 1285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하였고, 오늘 중대본에서는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장 의료진을 지원하고 추가 인력을 투입하며 의료 이용과 공급체계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시행 중인 과제들에 대한 지원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일부터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건강보험 지원방안을 시행 중이다.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가산금을 신설하고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해 응급수술, 시술에 대한 보상도 강화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에서 병의원급으로 경증환자를 회송하는 경우의 보상도 강화한 바 있다.


추가 지원 방안도 확정해 추진한다.


먼저 비상진료 기간 중 상급종합병원 등의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중증환자를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적극 진료한 기관에 대해서는 사후 보상을 추진한다. 경증환자 회송에 대한 보상도 추가 인상한다.


더불어 병원 내 중환자 및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수 등 전문의가 중환자 진료 시 보상하는 정책지원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일반병동에서도 심정지 등 응급상황 발생 시 조기 개입 및 적시치료를 추진하는 신속대응팀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참여기관을 확대한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전원 및 24시간 공백없는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보상도 강화한다. 중증환자가 신속하게 배정될 수 있도록 보상을 신설하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실에서 시행하는 의료행위 등에 대한 가산도 대폭 인상한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 방안들을 의료기관 안내를 거친 후 오는 1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또 건강보험 추가지원 뿐만 아니라 1285억 원 규모의 예비비도 신속하게 집행할 계획이다.  


전 실장은 "예비비로 야간과 휴일 비상 당직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고 공보의 및 군의관 파견 지원, 병원에서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데 드는 비용도 한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환자의 중증도에 맞춘 병원 간 이송과 치료 가능한 지역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는 경우 구급차 이용료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 예비비를 △군의관·공보의가 파견에 59억 원(한 달분) △기존 인력 상주 당직비 380억 원 △공공병원 휴일·야간 진료 연장 400억 원(한 달분) △의료기관에서 신규 채용 인건비 190억 원(한 달분) 등에 책정했다.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보다 원활하게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지침도 보완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협회, 병원계 등 의견수렴을 거쳐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있던 총 98개 업무 범위를 정리하였으며, 진료지원이 가능한 업무와 불가능한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보완된 지침은 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대본은 이날까지도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6일 11시 기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225명의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91.8%인 1만1219명이 계약 포기 및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현장점검 실시 결과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여 미복귀한 것으로 확인된 근무이탈자에게 5일부터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정부는 또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진료의뢰서만 있다면 1차→3차 병원으로 갈 수 있는 현재와 달리 1차→2차→3차 병원을 단계적으로 거쳐야 하는 의료전달체계 의무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전 실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응급과 관련되는 진료를 담당하고 중등증이나 경증은 2차 병원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는 국민들의 협조가 아주 중요하지만 필요하면 2차 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전 실장은 그러면서 최근 일각에서 "사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최대한 보호해주겠다며 복귀를 독려하기도 했다.


전 실장은 "사직은 집단 이기주의이고 자의가 아니었다는 양심 고백이 조금씩 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고 있는 전공의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의사와 의대생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료현장에 남아 있는 의사들을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개인정보 등을 공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전 실장은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료를 공격한다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정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복귀를 독려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업무개시명령이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의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전 실장은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이 IILO 제29호(강제노동금지협약)의 적용 제외에 해당되는 걸로 판단하고 있다"며 "내용을 보면 '재난 또는 재난 위기가 인구 전체나 그룹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제한된 상황에서 적용된다'는 표현이 ILO 일반조사보고서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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